| ▲ 5월 4일 동대문 DDP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2015/16 패션쇼 © TIN 뉴스 |
지난 5월 4일, 서울의 동대문 DDP에서는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 행사가 있었다. 무엇으로 보나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있는 브랜드의 컬렉션이 다른 곳도 아닌 서울 한복판에서 있었으니 이 일대가 한바탕 난리가 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일 것이다. 미디어들은 일제히 이 행사를 대서특필하였고 대중들의 관심도 대단해서, SNS에서는 샤넬의 CD(Creative Director)인 칼 라거펠트가 동대문 일대를 돌아다니는 사진부터 이 쇼에 참석한 여러 셀러브리티들의 서울 나들이를 담은 사진들까지 떠돌아다니며 온갖 이슈를 만들어냈다. 또 다른 하나의 화젯거리는 이번 샤넬 컬렉션의 테마였다. 이번 샤넬의 컬렉션은 한국의 전통문화들로 가득했는데, 드레스의 실루엣부터 원단의 텍스타일, 심지어는 액세서리까지 단순히 ‘보여주기식’이었다고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부분이 한국스러운 것들로 가득찬 컬렉션이었기에 더욱 화제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이 컬렉션을 다룬 전문가들, 그리고 이를 지켜본 한국인들의 평가도 꽤나 다양했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다’라는 다소 상투적인 한국식 의견에서부터 ‘한국문화를 샤넬식으로 아주 잘 녹여냈다’라는 긍정적인 평가, 그리고 ‘별로 한국의 미를 살려내지 못했다’라는 비난 섞인 평가까지. 그 어느 브랜드도 아닌, 샤넬의 컬렉션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해프닝이 아니었을까. 우선 이 컬렉션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를 해보자면,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샤넬만의 우아하고 군더더기라곤 찾을 수 없는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거기에 동양적인, 아니 한국적인 아름다움들이 매우 자연스럽고 ‘샤넬’스럽게 녹아있었다고 해야 할까. 맨 마지막으로 등장했던 원피스 드레스는 이번 컬렉션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저고리와 치마가 붙어있는 형태의 펑퍼짐한 핑크 원피스에 고름장식을 연상케 하는 검정색 리본장식이라니 이 얼마나 ‘샤넬’스러운 한복이란 말인가. 다만 한가지,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을 지켜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이 행사를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자세였다. 아직도 한국인들은 꽤나 수동적이고 다른 사람이 나를, 우리를 어떻게 봐주는가에 너무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한국인들은 바다 밖으로 나가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빠지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Do you know Kimchi?” “Do you know Korea?” “Do you know Bibimbap?” 해외 연예인들이 국내에 와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던진 첫 질문이 “Do you know ''Gangnam Style?''”이었다는 어이없지만 실제로 벌어졌던 일을 보건데, 우리는 아직도 어딘가 세련되지 못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어느 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경제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나라는 월드컵에도 꾸준히 출전하고 있고 동계 올림픽이나 하계올림픽에서도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는 스포츠 강국이기도 하며, 그 나라의 공항은 십년째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공항으로 손꼽히고 있고, 그 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도 세계에서 상위권에 뽑히고 있으며 대중문화는, 특히 대중음악은 전 세계에 수십억명의 팬을 가지고 있으며 영화부문도 독자적인 노선과 함께 꽤 선전하고 있다. 이건 유럽에 있는 독일이나 프랑스의 이야기가 아니다. 벨기에나 네덜란드, 스페인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게 바로 한국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십여년 간, 한국이라는 나라의 브랜드 가치는 굉장히 많이 올라갔다. 해외 인터넷 유저들이 사용하는 포럼 등에서 비춰지는 한국의 이미지는 더 이상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도, 가장 못살았던 나라에서 많이 성장한, 그리고 더 성장할 아시아의 4마리 용도, 해외에 인력을 파견해서 먹고 살거나 쿠데타가 벌어지는 나라도 아니다. 지금 이 시간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선진국이며,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중음악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국가이기도 하고, 독창적인 세계를 가진 영화들로 유명하기도 하며, ‘드라마’라는 콘텐츠로 아시아 시장을 휩쓸고 있는<‘대장금’이 중동의 한 국가에서 시청률 90%를 기록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다> 문화 강국이기도 하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칼 라거펠트가 한국을, 서울을 주목한 것은 사실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최근까지, ‘아시아’는 중국이거나 일본이었다. 그만큼 그들이 해놓은 것도 많았고 그 콘텐츠들은 그대로 서양인들의 뇌 안에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유럽이나 미국에 가서 누군가와 말을 하면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이야기는 조금 달라졌다. 우리가 “Do you know Gangnam Style?”을 묻지 않아도 그들은 그 노래를 듣고 있고, 관심을 구걸하지 않아도 그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은 꽤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잘 모르고 있었던, “그들의 우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칼 라거펠트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제 우리는 한국을 주목해야 한다” 아니, 사실 우리는 이미 칼 라거펠트가 그걸 깨닫기 이전부터 꽤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주목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세련됨이 아닐까 한다. 남들이 알아준다고 혼자 신나서 날뛸 것도, 고맙다고 절을 할 것도 없다. 누군가가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나에게 “한국인이세요? 저 한국음식 정말 좋아해요. 한국 영화도 좋아하구요!”라며 관심을 표현하면, 그저 이미 그렇게 이야기 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얼굴로 씩 웃어보이며 “Enjoy~” 라고 여유있게 받아주는 그런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 한국은 이제 그래도 될 만큼 커져있으니까. 자료출처:t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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