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꾼은 조선 후기 시장 등지에서 짐을 나르는 일을 업으로 짐꾼이라고 불렸다. 운송수단이 발달됨에 따라 지게꾼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동대문 원단시장에서 그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방금 나 찍은 거요? 왜 찍은 겨 얼런 지우쇼. 왜 마음대로 찍고 그려” 취재진의 사진 촬영에 지게꾼들은 무척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아, 뭐하려고 나 같은 사람 찾아왔소. 좋은 일하는 사람들도 아니구먼. 딴 사람 알아 보슈” 취재진이 접근하자 던진 한마디다.
이들은 언론에 노출 된다는 것에 무척 예민했다. 지게꾼 A씨는 “만일 친인척들에게 알려지면 뭐라고 생각 하겠나”라고 답했다.
마침 지나가던 원단 납품업자가 “짊 한번 나르는데 얼마요”, A씨는 “A동은 12,000원 B동은 9,000원, C동 7,000원, D동은 5,000원”이라고 답했다.
A씨는 무게 30~40kg에 달하는 원단을 지게에 실었다. 목적지는 A동이다. 좁고 붐비는 원단상가에 들어선다. 큰 부피의 원단을 짊어지고 좁은 상가 골목을 활보하는 지게꾼들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동대문종합시장의 규모는 대지 5000평, 건평 1만 8000여 평에 이른다. 5000여개의 원단 자재 상가가 밀집한 7층으로 된 거대한 미로다. A씨는 “처음 지게꾼 일을 시작했을 때는 들어 갈 줄은 아는데 나오는 길을 몰라서 3시간 가까이 헤맸는데, 이제는 눈 감고도 다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긴 막대기에 체중과 짐의 무게를 실어 나르는 지게꾼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A씨는 “힘들지. 종종 계단 오를 땐 억장이 무너질 것 같고, 숨이 탁 막히고, 다리가 후들거려”라고 말했다.
이처럼 힘들고 고된 일임에도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대 후반이다. 현재 79세의 최고령자의 지게꾼도 있다. 대다수 지게꾼들은 수십 년씩 일하고 있으며, 대부분 이들에게는 생활을 책임지어야 할 가정이 있다.
A씨는 “집에 있으면 무엇 하겄소.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설날 때 손자들 오면 용돈이라도 주고 싶으니깐 일하고 있지”라고 말했다. A씨는 올해 67세로 동대문종합시장에서 30년간 지게꾼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이 오랫동안 일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공사현장 보다 비교적으로 자유롭고, 고정적으로 지게꾼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협동조합과 같은 형태로 구성원들 간의 평등한 위치가 그들의 유대를 돈독하게 한다.
한편 이들의 삶의 터전인 동대문종합시장은 한국섬유패션산업에서 있어 가장 큰 도매시장이다. 이곳에서는 원단과 자재가 대량으로 공급된다.
A씨는 “동대문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 같은 사람도 필요하죠”라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었다. 인간의 기술이 발달했지만, 기술이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지게꾼들이 짊어지고 오늘도 계단을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