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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도자기의 비밀
기사입력 2013-01-14 오전 10:06:00 | 작성자 bfc |
휘어진 도자기의 비밀
한국 디자인 기행 - 조선 후기 조형 문화의 변화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휘어진 나무를 건축물에 그대로 적용하던 시기에 도자기도 같이 휘어진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조선시대 후기 조형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건축물의 기둥이 휘어지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부터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보는 시각은 다양한 편인데, 많은 사람들은 이를 두고 한국 문화의 자연스러움이라고 말한다.


일부 사람들의 경우에는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 조형문화가 전반적으로 낙후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전까지는 정성 들여 만들다가 대충 만들기 시작하는 일종의 퇴행현상으로 보았다.


이러한 시각이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우선 조선의 문화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해하기 쉽게 현대적으로 풀어 말하자면 인문학이 대중화됐다. 그 수준도 중국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났을 뿐 아니라 그것을 능가하는 차원으로까지 발전했다. 정신적인 문화가 발달하면 당연히 문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휘어진 기둥은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속단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당시 휘어진 것은 기둥만이 아니었다. 조선 전기부터 도자기들은 이전의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소 황당한 그림들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 전기에서 중기에 이르는 백자들을 보면 그릇 위에 그려진 그림들이 이상하게 변한다. 장식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마지못해 대충 그린 것 같은 그림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삐뚤삐뚤하고 정교하지 못한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불량품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속단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 시기 거의 모든 도자기들이 다 그렇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도자기들은 아무나 막 쓰던 것들이 아니었다. 백자의 경우에는 돈 많다고 얻을 수 없는 귀중품이었다.
또 불량품이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은 물건들도 있어야 하는데, 완성도가 높은 모양의 것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하나의 양식으로 보는 것이 맞다.


게다가 조선 후기 즉, 조선 문화의 전성기에 들어가면 그릇의 모양이 찌그러지기 시작한다.



이는 달항아리가 대표적이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도자기라 할 수 있는 달항아리는 좌우 비대칭으로 더욱 불량품(?)스러운 면모를 과시한다. 달항아리는 후대에 달처럼 둥글게 생겼다고 해서 이름을 붙였으나, 이런 모양의 항아리는 중국은 물론 일본, 유럽 전역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오직 조선, 그것도 숙종에서 정조에 이르는 조선 문화의 전성기에만 나오다가 홀연히 사라진 미스테리의 도자기다. 그런데 생긴 것을 보면 좀 난감하다.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하면서 좌우가 삐뚤어진 비대칭 모양이기 때문이다. 달항아리의 모양은 전체적으로 다 이렇다. 이 시기의 다른 도자기들도 좌우 대칭이 맞지 않다. 건축물의 휘어진 기둥과 같은 원리이다. 이전의 도자기들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점을 확연히 이해할 수 있다.



고려청자처럼 날렵하고 마무리가 말끔한 도자기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조선 후기의 도자기들을 불량품으로 보는 시선이 이해되기도 한다. 도자기의 모양 전체를 완벽하게 흐르는 곡선이나 정갈하게 표현되어있는 장식들은 조선시대의 기형이나 그림들과 대비된다. 고려 이전으로 올라가 봐도 그렇다.



심지어 삼국시대 이전 삼한시대의 토기를 보아도 그릇의 형태가 삐뚤어지는 경우는 없다. 모두 좌우 대칭이 명확하게 만들어졌다. 후삼국시대의 토기들을 봐도 그런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



가야시대의 토기를 보더라도 좌우대칭이 무너지는 경우는 없으며, 기형의 모양들이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백제의 토기들은 거기에 완벽한 미적 취향까지 표현해 놓는다.


백제는 조형적으로 뛰어난 문화답게 토기의 형태들도 매우 감각적으로 잘 만들었다. 아름다운 곡선의 흐름도 탁월하고, 그릇의 색깔도 매우 화사하고 밝다. 이렇게 우리나라 역사를 가득 채우고 있는 도자기들만 모아 놓고 보아도 조선 전기가 튀고, 조선 후기가 특히 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단지 기술적 하락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백자는 가장 제작의 난이도가 높은 도자기이다. 이 뒤에는 불량품이라는 인식으로는 감지되지 않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임이 틀림없다.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자료출처 : 패션인사이트

첨부파일#1 : 2013-01-14 10;05;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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