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억 달러냐, 145억 달러냐. 연초부터 2011년 섬유수출 예상치를 놓고 지식경제부와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예측이 엇갈려 주목된다. 예전엔 없었던 상황이다.
정부와 민간단체 두 기관 모두 수출 성장에는 이견이 없지만 성장률에서는 시각차가 크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전망차가 큰 것은 다름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목표치가 공격적이라면 섬산련은 안정적인 성장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어찌됐던 2009년 섬유류 수출침체를 딛고 2010년, 2011년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것은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성장의 과실을 따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의 섬유산업은 대외 의존적이다. 태생부터 내수가 기반이 아닌 해외 수출을 통해 성장 레이스를 펼쳐왔다. 그리고 지금도 태생적인 구도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한국을 둘러싼 작금의 글로벌 시장동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한 마디로 한국이 헤게모니를 쥐고 마케팅을 하는 처지가 아니다. 우선 섬유원료부터 그렇다. 천연섬유의 원료 면화, 실크, 모 등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화학 섬유의 원료 TPA, MEG, AN모노머, CPL, PTMEG 등은 유가와 연동된다.
올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부 화학섬유 원료는 자급자족 상황에 있기는 하지만 결국 유가인상 앞에서 가격 인상 레이스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섬유원료의 가격 상승은 원사→직물→의류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인 가격 인상을 촉발시킨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섬유산업의 스트림 구조는 글로벌 자체가 기형적이다. 바이어 위주로 시장이 흐르다보니 다운스트림 즉 리테일러나 브랜드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다.
우리가 수출을 많이 하는 미국의 옷 값은 거의 바닥세다. 2009년 세계 경제 침체의 진앙지가 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더욱 심각하다. 미국 소비자들이 옷 구매를 크게 줄이는 즉 구매력이 떨어진 결과다.
이 와중에 천연·화학섬유 원료가격이 급등세다. 지난해 면화값 상승률은 금값보다 더 높았다. 콩값이 뛰면 두부값도 오르는 게 당연한데 섬유산업에 있어서만큼은 그렇지가 않다. 결국 옷값의 인상여부가 올해 수출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밖에 없다.
공장을 돌리고 싶어도 적자를 내면서까지 돌릴 수야 없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미국 등 선진국 브랜드나 리테일러가 벤더들에게 단가 인상을 수용한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앞으로 섬유수출에 청신호로 작용하는 큰 지표다.
다시 말해 원료가 상승세도 문제지만 우리 섬유류 주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시장경기가 되살아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체감은 아니다.
단적으로 선진국 소비자들이 옷을 마음놓고 구매하는 수준까지는 아직은 멀었다. 특히 유럽 각 국가들의 재정상태가 문제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는 세계경제를 다시 초냉각상태로 끌고 갈 지뢰밭으로 불린다.
여기에다 중국 역시 초긴축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인플레 억제를 위한 위안화절상, 금리인상 등의 초긴축정책은 한국산 섬유류의 중국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중국을 디딤돌로 한 동남아의 섬유산업은 한국의 섬유산업을 먹여주는 젖줄이다. 미국·유럽의 브랜드나 리테일러가 바로 이곳 우리의 젖줄에서 옷을 구매해 간다.
그 다음 문제가 환율인하다. 올해 환율은 달러당 11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단적으로 환율하락은 섬유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올해 섬유수출을 놓고 성장세라는 낙관적인 흐름은 모양새를 좋게 한다. 다만 성장의 정도를 놓고 설왕설래는 있을 수가 있다. 외부변수에 종속적일 수 밖에 없는 우리 섬유산업의 구도상 이는 분명 아킬레스건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지경부는 2010년 섬유수출 규모를 139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섬산련이 예측한 137억 달러보다 2억 달러 가량 많았다. 이는 다시 말해 지경부의 올해 수출 예상치 153억 달러를 이루지 못할 것도 아니라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7월 1일 한·EU FTA가 잠정 발효되고, 한·미 FTA가 양국 국회비준을 얻는다면 섬유수출에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다. 어찌됐던 지경부의 시각을 들여다보면 섬유수출이 고공비행 태세를 갖췄다는 데 보다 큰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우리 섬유산업의 실력이다. 바이어 주도의 시장에서 셀러 위주의 시장으로 전환시켜야 물량증가와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한국의 섬유산업은 2000년대 초중반 최악의 나락세를 겪었지만 다행히도 이를 극복하는 동력으로 R&D라는 성과물을 끌어냈다. 기능성과 차별화를 앞세운 화섬직물의 특화와 화섬니트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신시장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섬유 산업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나가는 스타트 라인에 섰다. 분명한 것은 공격적이든 안정적이든 섬유수출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경제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