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국내 유일의 국제 패션쇼인 ''프레타 포르테 부산''을 취재하기 위해 벡스코에 있을 때였다. 만난 적이 없는 젊은이 몇 명이 기자실로 찾아왔었다. 사무국에 부산에서 제일 오래된 패션 기자를 추천해달라고 했단다. 처음 보는 기자에게 자신들은 부산의 신인 디자이너 그룹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꼭 기사로 소개해 달라고 호기 있게 요청을 했다.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강한 호기심이 발동했었다.
그들이 바로 부산을 패션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도전을 시작한 ''12935'' 그룹이다. 부산에서 패션을 전공한 20대 중반의 신인 디자이너 15명과 문화 기획자 몇 명이 소속돼 있단다. 이들의 이름인 ''12935''가 참 특이하다. 알고 보니 이 숫자가 부산의 위치를 설명하는 경도와 위도란다. 확실히 부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부산서 패션 전공 20대 15명 등 의기투합
광복로에 편집매장 열고 옛 명성 부활 꿈꿔
"전국에서 부산에 패션 전공학과가 가장 많은 거 아세요? 근데 왜 부산에는 젊은 디자이너가 아무도 없는거죠? 졸업한 선배들이 모두 서울로 가더라고요. 그게 답답해서 부산 패션 전공학과들의 졸업패션쇼를 다니며 부산에 남아 패션 일을 해 볼 사람들을 모았죠. 그렇게 의기 투합한 이들이 지금의 12935 소속 디자이너들입니다."
12935 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는 조홍준 씨의 설명이다. 그렇게 지난 1년 반 동안 갤러리, 커피숍, 클럽에서 패션쇼도 갖고 부산섬유패션박람회에서 부스를 차리고 홍보도 했다. 부산에서 직접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단다.
"게릴라식으로 패션쇼를 하고 임시적으로 부스를 차리는 건 한계가 있었어요. 우리들의 옷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공간이 필요하더군요.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주머니를 털었어요."
그렇게 지난해 12월 말 용두산공원 아래 광복로 끝에 디자이너 편집숍 ''12935''가 탄생했다. 디자이너별로 작은 공간을 만들고 고객에게 디자이너의 비전이 담긴 옷을 설명하고 입어보게 했다. 아직은 알려지지 않아 방문객 수가 적지만 이곳에서 이들은 부산 패션의 혁명을 꿈꾸고 있다.
"광복로가 예전 부산의 고급 패션 골목이었던 거 아세요? 전국 멋쟁이들이 몰려 왔었대요. 그 전통을 저희가 이어가려고요." 디자이너 대부분이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옷을 제작하는 실정이지만 배고파도 행복하다고 했다. 이들이 일구어낼 2011년 패션 혁명이 기대된다. 051-231-8016.
[출처 :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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