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은 작품이 아니라 입고 쓰는 일상의 소모품 자연을 사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게 천연염색 천연염색 23년…재배·생산 기계화 앞장 쪽과 패션의 조우 기대 세계시장 넓어
“패스트 패션은 아시죠? 그럼 슬로우 패션은 무엇입니까?”
(주)약초보감의 정재만 대표가 던진 화두는 ‘슬로우 패션’이었다.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패스트 패션과 반대되는 개념의 슬로우 패션. 그는 싸니까 많이 사고 또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 아닌, 평생 입고 간직할 수 있는 좋은 옷 즉, 슬로우 패션으로 천연염색을 주장한다. “패스트 패션에는 여러 문제가 있어요. 생산 윤리에 위배되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착취 수준의 노동 인력 등 공정무역의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오염까지 초래합니다. 그러나 천연염색은 달라요. 자연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천연염색 사업에 뛰어든 지 23년째, 정 대표는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요즘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천연염색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지금 독일은 대학과 연구 기관이 천연염색을 조직적으로 연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의 탄탄한 섬유 인프라를 이용해 천연염색을 알려야죠.”
정 대표는 우리나라 천연염색의 경쟁력은 감물과 쪽에 있다고 했다. 그 중 쪽은 현재 인도가 세계 제일의 공급지지만 우리나라의 쪽은 인도산 쪽보다 훨씬 더 많은 인디루빈(항암성분을 지닌 색소)을 함유하고 있어 이런 우리나라의 쪽을 기계화를 통해 재배에서부터 생산, 염료화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
“쌀의 과잉생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잖아요. 쪽이 쌀의 대체작물로 생산된다면 농민에게도 좋고, 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을 겁니다.”
그는 쪽을 통해 1차 산업인 농업과 3차 산업인 패션의 조우에 기대를 높였다. 쪽의 색인 푸른색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범용성이 큰 색이다. 푸른색의 대표 아이템이 청바지다. 우리나라만 해도 연간 청바지 생산이 2억 벌에 이르고, 그 중 10%만 쪽으로 천연염색을 한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마켓이 형성된다고 했다.
| ▲ 고부가가치의 상징인 블루 색상을 내는 쪽. 우리나라 쪽은 인디루빈(항암 성분을 지닌 색소) 함유량이 많아 인도산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 |
이런 쪽의 가능성을 보고 정 대표는 현재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양주시에서 쪽 재배 시험 사업을 통해 쪽의 대량화와 기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또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특용작물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먹거리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입거리인 염료식물 재배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천연염색은 천연소재에만 하는 것은 아니죠. 다양한 소재에 접목시키는 게 더 좋지 않나요? 쑥, 오배자, 양파껍질 등 염재마다의 특성이 있어요. 그런 특성과 물성이 맞는 소재를 선택하면 오히려 더욱 염착이 잘되고 색 발현도 좋아요.”
정 대표는 면이나 마, 실크 등 천연소재를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 가죽 등 다양한 소재에의 시도를 즐긴다. 그가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가죽지갑은 쑥을 이용해 염색한 것으로 가죽 특유의 질감과 어우러져 멋스러웠다. 국한된 소재를 고집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소재로의 시도는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는 염색약도 좋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염색약이 나온 것처럼 천연염료로 모발을 염색하면 피부에 자극도 적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또 지금 팽창 중인 아웃도어 시장에도 도전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PET 소재는 천연염료의 염착이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물 빠짐과 땀 등 견뢰도 문제만 해결한다면 분명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수많은 천연염재의 특성을 잘 알고, 그것들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천연염색 디자이너가 탄생되기를 바라요. 천연염색을 위한 디자인의 브랜드가 나와서 독특한 디자인과 감성으로 천연염색의 질감을 살릴 수 있는 그런 디자이너가 필요합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바로 그런 천연염색 마이스터를 양성하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는 염색장을 기르고, 마케팅과 디자인까지 교육 시키는 천연염색 마이스터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그의 꿈.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전공을 살려 ‘경제학에서 바라본 천연염색’을 주제로 논문을 써 환경경제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통계를 낸 수치로 천연염색의 마케팅을 모색한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일반적으로 천연염색 제품이 30% 정도 비싼 가격이라면 소비자들이 화학염색이 아닌 천연염색의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음을 알아냈다. 바로 여기서 그의 가격정책인 ‘30% 경제학’이 탄생한 것이다.
“비싸다고 좋은 게 아니죠. 천연염색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기위해서 천연염색의 기계화는 필요하다고 봐요.”
100여개가 넘는 천연염색 공방과 7천여 개 이상의 블로그들이 운영되고 있는 국내 내수 시장에서 약초보감과 같은 공장 형태의 업체는 드물다. 정 대표는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치는 전통적 방식의 소량 생산 체제가 아닌 염색기를 통한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한다. 천연염색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천연염색 제품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연을 위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위하는 게 천연염색의 기본이에요. 비싸서 사람이 쉽게 입지 못하는 옷을 만들어봤자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우리 국민 모두가 편한 마음으로 몸에 맞는 편안한 옷을 입게 하는 게 제가 천연염색을 하는 이유죠.”
[출처 : tin뉴스-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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