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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순례4 - 프랑스 혁명의 깃발 아래 파리 패션...
기사입력 2010-08-30 오전 10:25:00 | 작성자 부산패션센터 |
 

프랑스 사람들은 옷을 정말 잘 입는다.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흘러넘치는 것만 보고, 런 웨이의 캣 워크만 보고 프랑스 패션을 우러르지만 사실 프랑스가 패션에서 그토록 우월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 전체가 옷을 너무나 잘 입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다들 왜 옷을 잘 입는 것일까?

파리.jpg

아래로부터의 패션 
뜨거운 여름 햇볕 바로 옆 길가에서 빵조각을 먹으며 배낭 여행객 티를 잔뜩 내고 있는데 프랑스 적십자 요원인 듯한 여인이 다가와서 뭐라 하더니 친절한 미소와 더불어 시원한 생수를 가져온다. 프랑스 어를 몰라서 잘 알아듣진 못했지만 아마도 더위도 같이 먹을까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너무나 고맙고 감동적인 찰나였지만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세련된 유니폼이었다.

환경미화원이나 경찰처럼 공공 서비스와 밀접한 공무원들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어야 하므로 유니폼에 형광색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형광색처럼 자극하는 정도가 심한 색상들은 아름다워 보이게 하기가 어렵다. 조화보다는 자극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통경찰이나 환경미화원들의 옷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프랑스 적십자 요원들의 옷은 눈에 확 띄는 오렌지색으로 시선을 잔뜩 자극하면서도 세련되어보였다. 우연이 아니었다. 조끼나 바지 밑단의 형광 오렌지색이 튀니까 안에 입은 티나 바지는 칙칙하고 어두운 노란색 계통의 색을 써서 한껏 뒤로 빠지게 하고 있었다. 좀 어려운 말로 하자면 명도 대비와 채도 대비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었다. 이렇게 색들이 복합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형광색이 따로 놀지 않고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색대비가 중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튀면서도 세련되어 보였다. 이 유니폼의 색은 그냥 우연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손길에 의해 조율된 결과인 것이 확실했다.

일반인들의 수준도 보통이 아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옷을 잘 보면 전혀 일상적이지 않다. 죽 훑어보면 옷 색깔들이 모두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비슷한 계통의 색들로 매치하고 있지만 색감이 매우 안정되면서도 세련되어 보인다. 보통 비슷한 계통의 색들은 무난하긴 하지만 지루해 보이기 쉬운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비밀은 채도에 있다. 색상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대신에 색의 칙칙한 정도를 가지고 변화를 주고 있다. 예를들어 왼쪽의 두 사람의 경우를 보면 손에 든 가방들의 색깔이 색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칙칙하다. 그렇기 때문에 옷 색깔들이 상대적으로 맑아 보여 색상대비 못지않은 대비감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색상의 변화는 많지 않기 때문에 안정되고 품격이 있어 보인다. 색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구현하기 어려운 감각이다.

검은색의 상의에 갈색 허리띠, 표범무늬같은 무늬가 들어가 있는 치마 등이 어울려 갈색 톤의 안정된 조화를 보여준다. 그냥 보면 무난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옷의 색들이 어둡고 칙칙하여 옷을 입은 사람의 머리카락과 얼굴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은색 머리카락에 다소 어두운 색의 피부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색들이지만 프랑스 사람에게는 매우 잘 어울린다.
역시 옷을 입은 사람이 자신의 피부나 머리카락 색깔까지 고려하여 이런 매치를 했다고 볼 수 있는데, 명도나 채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수준이 놀라울 정도다.

탁월한 색감각
프랑스 사람들이 옷 색깔을 매치하는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낮은 채도를 다루는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어린 학생들의 모습인데 모두들 화사하고 귀엽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무리 그렇더라도 옷 색깔을 조율하는 모습은 정말 수준급이다. 왼쪽에서 첫 번째나, 두 번째 인물들을 보면 학생다운 귀엽고 발랄한 느낌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상의와 치마는 대체로 비슷한 계통의 색들이어서 무난하게 어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왼쪽에서 두 번째 인물의 경우 상의에는 무늬가 있고 치마에는 무늬가 없어서 어울리면서도 상큼한 대비를 주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둘 다 입고 있는 옷과 강하게 대비되는 색이나 무늬의 가방을 매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감한 무늬와 색을 두려움 없이 매치하는 것도 놀랍지만, 자칫 촌스러워질 수도 있는 매치이지만 강한 색대비로 세련되게 마무리하고 있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 조금만 색이 맞지 않았어도 아주 촌스러워졌을 것이다. 이런 수준의 감각을 중, 고등학생 수준에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색에 대한 훈련을 어릴 때부터 대단히 많이 했음을 알 수 있다.

맨 오른쪽에 있는 사람의 경우 절제된 색에 치마에만 화려한 장식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재킷으로 상체는 단정하고 조용하게, 치마는 화려한 장식으로 복잡하게 대비시켜 안정되면서도 중층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검은색 가방을 길게 매어 눈에 안 뜨이게 포인트를 준 것도 만만치 않다. 이런 사람들이 패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괜히 멋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화려하고도 품격이 상하지 않은 패션감각이 획일적인 스타일에서가 아니라 모두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가운데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패션 감각들이 나이든 사람에게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우리나라 같으면 모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노인이면 노인, 젊은이면 젊은이, 모두 자기가 선 자리에서 자기의 멋을 표현하고 있고 그것이 너무나 아름답고 멋있어 보인다.

사진⑤를 보면 노인이 젊은이보다 더 멋있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얀머리에 총천연색 셔츠와 회색바지가, 연한 노란색 머리칼에 무늬가 많이 들어간 상의에 군복색 같은 짦은 7부 바지가 그 더할 수 없이 완벽해 보인다. 색만 보면 전혀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색이지만, 젊지 않은 머리카락과 표정이 화려한 무늬와 색에 무한한 품격을 불어넣고 있다. 나이든 사람이 젊어보이려 애썼다기 보다는 나이듦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레 우러나온다. 이런 노부부라면 아무리 젊어도 큰 소리 못칠 것 같다. 

 [출처:패션인사이트-기사원문보기]
라인-아래(477).jpg

첨부파일#1 : 파리-로고(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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