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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시장에 브랜드 마니아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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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지향적인 경영으로 한 때 내로라할만한 규모를 자랑했던 브랜드들이 한 두 시즌 만에 추풍낙엽처럼 추락하면서 상대적으로 기복 없이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 브랜드들은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신뢰 구축, 끊임없는 의사소통 등의 노력을 통해 탄탄한 브랜드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다. 마니아들의 힘은 시장 여건이나 유행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으면서 브랜드가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직접 동호회를 결성해 브랜드 홍보에 동참하거나 상품 기획에 참여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랜드 마니아의 실체를 알아봤다.
마니아 넘어 동호회로…매출 30~40% 차지
「티니위니」 강남점이 오픈한 지난 6월 9일. ‘티모(티니위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운영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픈 기념행사에 패션쇼를 하기 때문이다. 모델은 홈페이지 추첨을 통해 5명을 선발했다. 행사 참석 신청 인원이 넘쳐 부득이 선착순으로 70명만 매장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미니 패션쇼 이후 가장 멋진 회원을 뽑는 인기투표를 했다. 함께 모여 차려진 음식을 나눠먹으며 행사를 즐겼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여중생에서부터 고등학생, 대학생, 20대 직장인, 30대 주부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세대 차이나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객과 매장 직원, 브랜드 운영진까지 모두 함께 어울려 축제를 즐겼다.
티모는 15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자랑한다. 단순히 회원만 많은 것이라 아니라 자체적으로 봉사활동, MT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매년 총회를 열어 운영진을 선발해 동호회와 브랜드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유지한다. 상품 기획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프리미엄 라인, 날개 심벌, 아동라인 론칭에 동호회의 건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문윤경 티모 회장은 “티모는 옷을 좋아한다기 보다 「티니위니」라는 브랜드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라고 말했다.「엠엘비」 「티니위니」 「서스데이아일랜드」 「버커루」 「지프」 등은 캐주얼 시장에서 비교적 마니아층이 탄탄한 브랜드로 꼽힌다. 이들은 2000년대 초중반 ‘이지 캐주얼’이다 ‘감성 캐주얼’이다 시장이 떠들썩 할 때도 적절히 수용하지만 거리를 두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나갔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당시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시장 주류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물량 공세에 오히려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해나가는 이들의 노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지지하는 고객들이 생겨나더니 어느덧 마니아 그룹이 형성되고 동호회 활동까지 이어지면서 브랜드에는 둘도 없는 원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니아층이 형성되면서 일단 안정적인 매출이 확보됐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브랜드에 따라 통상 매출의 30~40% 정도를 마니아들이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 시즌 트렌드 적중도에 따라 매출 기복이 큰 여타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뿐만 아니다. 브랜드에 애착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구전 마케팅 효과도 쏠쏠하다. 특히 블로그,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고객은 자신의 체험기를 올려 홍보 효과도 그만이다.
뿐만 아니다. 「엠엘비」 「티니위니」는 기존 확보된 마니아층을 바탕으로 키즈라인을 출시해 아동복 시장에 충격을 줬다. 더 이상 신규브랜드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기존의 논리를 정면으로 깨뜨리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캐주얼 성공 브랜드 공통점 탄탄한 마니아가 일등 공신 마니아 구축의 첫째 조건은 신뢰 구축
마니아층이 탄탄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먼저 세일 폭이 적거나 거의 하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매번 백화점과 부딪히기도 하지만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서정균 「엠엘비」 상무는 “월요일에 제값을 주고 구입했는데 주말에 나와보니 판매대에 깔려 절반 값에 팔리는 것을 보고 배신감을 느꼈다는 모 브랜드 고객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격은 고객과의 첫째 약속이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신뢰가 깨지고 결국 관계가 깨지게 된다.”고 말했다.
마니아 층이 두터운 브랜드 경영진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요소가 ‘고객과의 신뢰’였고 이를 유지해나가는 데 중요한 요소가 바로 가격이라고 응답했다. 그만큼 고객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실적을 관리해야 하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세일만큼 큰 유횩이 없다. 당장 이번 시즌 판매율을 맞춰야 하는데 무턱대고 노세일을 고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이 서 상무의 주장이다. 그는 “주말 세일 매출보다 평일에 제값을 주고 구입하는 고객을 한 번 더 생각하면 가능하다”면서 “할인 판매를 하더라도 시즌 마감 같은 분명한 원칙을 정하고 이 룰을 고객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과 함께 ‘내가 원하는 옷이 있는 곳’이라는 믿음도 신뢰의 또 다른 축이다. 새로운 옷을 찾을 때 주저하지 않고 그 브랜드 매장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상품의 만족도가 높아야 하고 한두 번의 만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고객은 브랜드와 ‘친구’가 된다. 이 때부터는 고객과의 교감이 중요한 요소다. 오세은 「티니위니」 브랜드장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흔히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생각 처럼 쉽지 않은 것이 바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며 “경영진이 고객의 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행’ 아닌 ‘라이프스타일’ 파고들어야
지엔코의 「서스데이아일랜드」는 지난 2000년 론칭하면서 당시 국내에는 드물었던 ‘내추럴리즘’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브랜드 콘셉트로 내걸었다. 당시 유통가에서는 이 브랜드의 시장 안착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스포츠캐주얼과 이지캐주얼로 양분된 시장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기우도 잠시, 「서스데이아일랜드」는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고 소리없이 마니아층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캐주얼 시장 전반에 스타마케팅이 확산할 때도 여행을 테마로 한 ‘CMKM’ 프로젝트 등 굵직한 문화마케팅을 선보이며 고객들과 소통했다.
이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고 2007년에는 남성 중심의 「서스데이아일랜드 포맨」을 론칭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이경화 본부장은 “일시적인 유행을 좇아 브랜드를 전개하다 보면 한 순간 실수가 시즌 전체를 망치기도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하면 실수의 확률이 줄이고 영역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다만 브랜드 성향에 맞춰 유행을 적절히 수용해 흐름을 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니아 발판 삼아 라인 확장 소비자 반응 좋자 적극 동참 속도보다 방향, 단계별 접근이 필요
홀하우스의 「지프」는 비교적 단기간에 마니아층을 구축한 사례로 꼽힌다. 2008년 10월 만들어진 카페 회원은 벌써 2만명을 바라본다. 특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 상당수가 소위 말하는 ‘패션 리더’ 층이라 주변 파급효과도 만만찮다.
김성민 사장은 “지금까지 수많은 히트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너무 빨리 브랜드를 키우는 데 익숙해져 브랜딩에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지프」는 고객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이 결과 자연스럽게 「지프」의 문화에 동참하는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마니아층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마니아 형성에 대한 캐주얼 브랜드들의 관심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 2000년대 초중반 CRM 시스템이 화두를 이루면서 앞다퉈 거액의 비용을 들여 CRM을 도입했다. 하지만 채 1~2년이 지나지 않아 그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대다수 브랜드들이 포기하고 말았다. 이들이 간과한 것은 브랜드 마니아를 하드웨어로 관리하려고 했다는 데 있다. 이후 5~6년 시간이 흐른 지금 꾸준히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해온 브랜드들의 성공은 국내 캐주얼 시장에 많은 것을 던져준다.
[출처 : 패션인사이트-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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