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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성지순례 ①

요즘 우리나라에서 영국은 하나의 화두가 되는 듯 한 느낌이다. 유학생들의 발걸음이 미국 위주에서 영국으로 조금씩 이동을 한다거나, 가보고 싶은 외국으로도 영국이 부상하고 있다. 과연 무엇 때문에 영국은 우리에게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까?
물 안개로 유명한 런던 영국이라고 하면 먼저 흐린 날씨부터 떠오른다. 1년 내내 찌푸둥 하게 신경통이 도지는 듯 한 날씨를 가진 나라가 뭐가 좋다고 매력적인 나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하긴 영국이라고 하면 날씨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런던의 세인트 마틴이나 R.C.A.와 같은 학교들은 새롭게 급부상하는 유학의 성지(?)이고,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얼마 전 자살한 알렉산더 맥퀸도 영국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이다.
크리스찬 디오르를 맡고 있는 존 갈리아노도 여기를 지나 간 사람이기 때문에 영국이 패션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유서 깊은 나라들을 제치고 영국이 한 발자국 앞서서 우리 눈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좀 설명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는 슬프게도 영어이지 싶다. 미국은 이제 너무 익숙하고 그 다음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눈길을 돌리기 쉬운 곳은 아무래도 따로 어학공부를 안 해도 되는 영국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영국이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적지 않다. 우선 영국, 특히 런던에는 다른 유럽의 도시들처럼 유서 깊은 지역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세계적인 규모의 성당이고, 대영 박물관이나 내셔널 뮤지엄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박물관이다.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한다면 결코 양이나 질이 우수하다고는 말 할 수 없다. 아무래도 전통의 향기가 엷게 나는 것이 사실이다. 고전주의 문화에서 영국이 미친 영향은 그렇게 크지는 않다. 건축이나 회화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주도적인 활약을 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은 도시 유적지들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 유럽에서는 좀 변방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영국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틈새로 영국은 새로운 건축, 새로운 디자인들을 새겨 놓을 수 있었다. 영국이 역사에 부각되기 시작했던 것은 산업혁명기 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영국은 다른 유럽의 나라들을 제치고 현대문명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현대문명을 자신들의 전통으로 만들어 갔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서양의 섬나라 영국에서는 전통 위에 현대 기계문명의 입김을 망설임 없이 채워 나간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랜드마크들은 고전주의적인 건축물 보다는 현대 건축물들이 주도하고 있는 느낌이며, 영국의 도심지를 가면 기계주의적 고전주의나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최근의 경향들까지 모든 건축의 역사들을 한자리에서 두루 살펴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영국의 전통이고 문화인지 모른다. 아무튼 여러 산업적 흔적들이 집적된 측면도 그렇지만 전통과 현대적 디자인이 최고로 잘 어울린 것도 영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런던은 유럽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가장 현대화가 잘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닌게아니라 런던 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도심지들의 구성이 매우 현대적으로 잘 갖추어진 느낌이다. 세련된 사인 시스템이나 도시를 채우고 있는 여러 구조물들의 모양들이 매우 현대적인 외양들을 하고 있고 무척이나 청결하다. 물론 도시를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고전적인 뉘앙스를 가득 풍기고 있긴 하지만 그 위를 장식하고 있는 것들은 지극히 현대적인 이미지를 하고 있다.
따라서 영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현대도시의 인상이 강하고 그런 부분들이 문화권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크게 어려움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말하자면 동시대성이 강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부분들은 동시대의 문화적 보편성이란 부분에서 매우 유리한 점이 있으며, 이런 특징들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영국이 크게 어렵지 않게 다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남의 나라에 간 느낌이 적게 드는 나라. 그것이 영국이며,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지 친구같이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친근하고 세련된 영국의 옷차림 현대 패션뿐 아니라 현대 디자인 각 분야에서 영국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이런 영국 특유의 특징들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영어라는 문제 뿐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영국에 매력을 느끼고 찾는 것이다.
영국의 패션 역시 이런 영국적 전통과 역사의 특징을 바탕으로 발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이면서도 첨단의 현대성을 추구하고, 전통을 중요시 하는 듯하면서도 컴팩트하고 심플한 현대적 간편함을 추구하는 영국적 패션은 우연의 소산이 아니라 이렇듯 필연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런던 시내를 들어가면 우선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의 옷차림이 무척 다양하다는 것과 런던의 도시 이미지들과 옷차림이 무척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멋스러움을 일부러 드러내고 꾸미는 듯한 프랑스와는 좀 차이가 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우연히 나타난 게 아니라 영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그런 디자이너가 출생한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역시 디자인이든 예술이든 독자적으로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이런 영국 특유의 패션경향은 표피적으로는 도심지를 메우고 있는 일반사람들의 패션 트렌드나 도심지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유명 패션 명가들의 독보적인 움직임들과 입체적으로 연결되어서 총체적으로 드러난다. <다음 호에 계속>
[출처 : 패션인사이트-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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