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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불황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시장 다변화 및 신규 시장 개척에 혈안이 된 럭셔리 업계-하지만 중국과 더불어 럭셔리 업계의 노다지처럼 비추었던 러시아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흥미를 끈다.
러시아는 20세기 말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자본주의 정신을 일찌감치 받아들인 젊은 사업가들이 부호로 성장하면서 럭셔리 중의 럭셔리, 울트라 럭셔리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시장보다 높을 정도로 중상류층의 럭셔리 수요가 기치를 올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 의하면 2009년 러시아 럭셔리/프리미엄 시장 수요가 루블화 기준 15~20% 감소, 유로화 기준 40~45%라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여 러시아 럭셔리 시장에 근본적인 변화의 흐름이 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이다.
럭셔리 수요 감소, 시장 성장 그늘 늘여 실제로 러시아에 럭셔리 브랜드를 도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현지 업체들은 사업 확장 대신 기존의 프로젝트 진행에만 몰두하고 있고 럭셔리 브랜드들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임대 시장도 활기를 잃은 상태이다. 또한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수요 감소는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가격 인하로 이어져 심지어 파리와 밀라노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가보다 70% 내려 가격 인하전을 펼친 럭셔리 매장이 있었을 정도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러시아 럭셔리 시장의 수요 감소가 단순히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관심 감소보다는 럭셔리 주 고객층의 ‘소비 패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즉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 구입을 즐기는 소비층이 러시아 현지 시장보다는 가까운 유럽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쪽을 선호한다는 것.
이는 최근 럭셔리 시장의 뜨거운 사랑이 쏟아지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럭셔리 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가 럭셔리의 주 소비층인 인도 상류층이 럭셔리 브랜드에 익숙하나, 인도 현지보다는 해외 시장을 여행하면서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많아서라는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러시아 현지 시장의 수요를 증진시키기 위한 프로모션을 펼치라면 높은 투자 비용이 유발되는데 높은 대출 비용을 감안했을 때 실질적 이득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러시아에서 럭셔리 업계의 행보를 좁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다.
수요가 기대되는 도시에서 럭셔리 매장을 얻으려면 1㎡당 1만2000-1만5000 유로가 투자되며 보통 매장 크기가 150~300㎡인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다.
여기에 시즌이 다가오기 7~8개월 전 미리 컬렉션을 주문, 시장의 흐름을 미처 파악하기도 힘들어 높은 투자 비용을 들여 오픈한 럭셔리 매장이 실질 수익을 거두려면 평균 5~7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럭셔리 브랜드를 러시아 현지 시장에 유통시키려는 리테일러들은 투자 대비 수익 상환의 기대치가 낮은 러시아 리테일 시장에 의욕을 잃고 있다고 한다.
이 또한 높은 부동산 임대 비용과 부실한 인프라, 그리고 해외 업체가 직접 유통 통로를 개설하지 못하는 법적 제한을 두고 있는 인도 시장과 닮은 점으로 러시아 시장에 무한한 애정을 보여온 럭셔리 업계들의 힘을 빼는 대목이다.
현지 제휴업체, 럭셔리 운영에 관심 잃어 대다수의 서구 럭셔리 업체들은 러시아 시장에 진입할 때 현지 시장의 흐름에 밝은 러시아 파트너와 제휴, 시장에 진입해 경험 없는 시장에 직접 진입했을 때 입을 위험도와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있다.
현지 업체가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유능한 현지 파트너를 잃거나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해 기존의 유통망을 잃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지난해 러시아 현지 럭셔리 리테일러들이 수익 부진을 이유로 운영하던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 현지 업체와 프랜차이즈를 통해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던 럭셔리/프리미엄 업체들을 긴장 상태로 몰고 갔다.
실제로 디젤의 경우 지난해 모스크바에 위치한 모든 매장이 폐쇄되었는데 이는 디젤의 현지 파트너였던 ‘Vintage Technology’ 측이 수익 부진을 이유로 디젤과의 프랜차이즈를 철회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스텔라매카트니, 알렉산더맥퀸 또한 2007년 수익 기반이 약하다는 이유로 러시아 시장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났고 비비안웨스트우드도 러시아 시장에서 부진한 매출을 이유로, 현지 파트너의 일방적인 프랜차이즈 계약 철회를 경험한 바 있다. 특히 알렉산더맥퀸과 스텔라매카트니 매장은 글로벌 불황으로 문을 닫기 전 70%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러시아 시장의 씁쓸함을 맛 보았는데, 매장 문은 닫았지만 러시아 마피아가 주도하는 ‘명품 카피업’의 여파로 짝퉁 제품이 버젓이 러시아 시장에서 거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시장에 단일 브랜드 매장을 오픈한 럭셔리 브랜드 272개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러시아 어패럴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16%, 프리미엄 브랜드는 45%, 매스티지급 중상층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39%로 나타나 고가의 럭셔리 시장이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의 시장 점유율을 이끌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균열, 글로벌 금융침체로 커져 러시아 럭셔리 시장은 세계 4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한 성장세를 이뤘지만 2008년 글로벌 불황이 가시화되면서 패션 어패럴 부문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서구 럭셔리 브랜드의 러시아 시장 진입의 교두보 역할을 해온 머큐리 그룹은 러시아 럭셔리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정을 확보한 부유층이 다수를 이루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럭셔리 소비 의식에 변화를 가져온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며 러시아 럭셔리 시장의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17년전 모스크바에서 주얼리 삽으로 시작한 머큐리는 구찌, 프라다, 쇼파드, 벤틀리 자동차 등을 러시아 시장에 유통시키며 연간 13억7000만 달러의 매출을 일구는 러시아 최대 럭셔리 유통업체로 럭셔리 브랜드 및 서구 패션 브랜드가 몰려 있는 고급 백화점 Tsum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머큐리 측은 2008년 이미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러시아 시장의 수요가 하락세로 선회했으며 프리스탠딩 매장의 경우, 매출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각 브랜드의 구체적 매출 하락세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모습.
또한 다이앤폰퍼스텐버그, 마크제이콥스, 에이전트프로보캐터 등의 브랜드를 러시아 시장에 유통시키는 현지 프랜차이저 아이젤(Aizel)은 이들 브랜드의 매출 하락을 인정, 러시아 시장의 황금알을 기대했던 서구 패션가를 씁쓸하게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러시아 시장 확대를 꾀하던 톰포드와 도나벨라베르사체는 열정에 찼던 확장 계획을 슬그머니 조정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H&M 같은 값싸고 트렌디한 하이스트리트 라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확대되는 분위기여서 가뜩이나 매출 회복를 기대해온 럭셔리 업체들을 한숨짓게 하는 분위기다. 또한 러시아 패션 시장을 노리는 디자이너들이 몰려들었던 Russian Fashion Week에 참가하는 업체들도 줄어들었고, 파리와 밀라노 패션주간을 찾는 러시아 바이어들의 수도 급감하면서 러시아 럭셔리/디자이너 패션 시장은 활기를 잃은 상태이다.
이처럼 서구 럭셔리/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러시아 현지 디자이너/어패럴 업체들은 러시아 시장의 속성과 소비자들의 욕구을 반영한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 러시아 패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불황로 균열이 커진 러시아 럭셔리 시장에 대한 현지 디자이너들의 접근력이 보다 강화되는 분위기다.
자료출처 : 패션인사이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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