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정부의 패션산업 육성 정책 지경부, 올해 섬유·패션 예산 781억 중 패션 몫은 고작 3%
정부의 패션산업 육성정책이 ‘알맹이 없는 말 잔치’에 그치고 있다.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지난해부터 ‘패션산업은 현 정부에서 추진중인 녹색산업 육성책과도 일맥상통하며, 고급 인력의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등 미래형 산업’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특히 국내 섬유·패션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는 취지에서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의욕을 앞세웠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올해 섬유·패션 예산을 살펴보면 정부의 이 같은 공약(公約)은 말 뿐인 공약(空約)임을 알 수 있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는 781억원의 적지 않은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 578억원에 비해 35% 늘어난 수치다.
전체 예산은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패션산업과 관련해서는 항목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지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패션 관련 예산은 지난해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를 포함한 지식기반화사업에 14억원, 스트림간 협력사업에 10억원 등 24억원이 전부다.
반면 섬유 관련 사업은 △산업원천기술개발 255억원 △섬유생활산업활성화기반마련 68억원 △섬유산업스트림간협력사업 320억원 △슈퍼소재육성제품사업화 100억원 △전문생산기술연구소지원 39억원 등 모두 781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계속 과제와 협력 과제인 기술혁신, 인력양성, 지역산업 관련 예산을 더하면 전체 예산은 1000억원대에 이른다.
전체 섬유·패션 산업 예산 가운데 패션산업 몫은 3%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섬유·패션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원사에서부터 염색, 제직, 봉제, 패션 브랜드에 이르는 스트림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섬유·패션 스트림 사업’은 원사-염색-제직에 이르는 일부 업스트림에만 예산을 집중하는 등 사업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복수의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섬유·패션 산업은 산업 특성상 소재에서부터 브랜드, 리테일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밸류 체인(value chain)으로 연결돼 있다. 제조업자 마인드로 공급자를 위한 정책에서 벗어나 엔드 유저(end-user) 위주의 정책이 필요하다. 「자라」 「H&M」 「유니클로」 「갭」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육성함으로써 자국의 소재산업 발전까지 이끌어낸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규모 있는 브랜드 위주의 정책이 필요하며,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국내 섬유산업까지 발전시키겠다는 스트림 협력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일부 관료들은 패션산업을 얘기할 때 ‘디자이너 위주의 맞춤산업’이나 ‘재래시장 위주’로 생각하기도 하는 등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업계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섬유산업 관련 단체와 연구소에서는 섬유산업을 위한 예산 증액을 위해 각종 자료를 만들어 제안하거나 관련 정치인까지 동원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패션은 업계를 대표할 만한 단체도 없을뿐더러 체계적이고 참신한 정책안을 제안하지도 않는다. 업계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정부 지원책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부는 유인촌 장관 취임과 함께 ‘의욕적인 지원책’을 공언했지만, 올해 예산안은 25억원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뉴욕에 몇몇 디자이너만을 위한 쇼룸 마련에 12억원을 지원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사업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도 지난해(212억원)에 비해 올해 지원 예산이 14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 가운데 연례행사인 서울패션위크 관련 예산이 30% 이상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예산이 동대문 중심의 상인 및 중소업체에 집중돼 있어 ‘산업 활성화 차원’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