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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vs 허아람-지역에서 인문학운동 하기
기사입력 2010-01-06 오전 11:16:00 | 작성자 부산패션센터 |

백년어.jpg



언젠가는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가 될 변화의 씨앗 하나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의 가치를 믿는 인문학에서 미술, 영화, 무용에 이르기까지 꿈꾸기를 멈추지 않고 실험과 도전으로 부산의 문화판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만났다.


퇴락한 부산 중구 동광동의 주변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백년어
서원, 수영구 남천동 학원가에 위치한 인디고서원. 섬처럼 자리잡은 두 서원은 부산 인문학 혁명의 진원지다. 일주일에 세 번은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열어온 백년어서원의 김수우 시인과 오는 8월 세계 6개 대륙의 실천적 인문학자와 청소년이 함께하는 두 번째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준비하는 인디고서원의 허아람 대표를 백년어서원에서 만났다.

△허아람=기쁜 소식이 있어요. 청소년 인문학 잡지 ''인디고잉''이 21호까지 나왔는데, 올해부터 계간지로 인디고잉 국제판을 내기로 했어요.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독특하고 드문 일''을 한다고 격려해주시는 걸 비롯해 6개 대륙을 돌며 만난 지식인들이 저희들의 꿈과 실천을 하나의 사건으로 봐 주고 계셨어요. 진실, 정의 같은 본질적인 요구들을 인디고잉 국제판에 담아낼 수 있을 거란 용기가 생겼어요. 부산상호저축은행에서 흔쾌히 국제판 발행 지원에 응해 주셨고요.

△김수우=제가 더 가슴 설레는 일이네요. 전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강의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다만 인문학 운동을 하나의 관념이 아니라 실천으로 연결시키고 싶기도 해요. 친절 운동 같은 거죠. 인문학은 가치를 나누고 행복을 나누는 일인데, 사람을 배려하는 운동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함석헌 읽기를 하면서도 공부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인문학 운동이잖아요. 사람들에게 자기 존재에 대한 용기를 갖게 하고 싶어요. 자기 존재감에 대한 용기가 물신화된 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산복도로에 살아도 해운대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자존감이죠.

△허=지난해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인디고서원도 부도 나기 일보직전 이었어요. 어떻게 견뎠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러면서도 외래 강의를 마흔 곳 넘게 다녔어요. 기억에 남는 건 부산시교육청과 함께했던 창의캠프였어요. 160여 명의 중학생들과 2박3일 동안 함께한 캠프였는데, 끝날 즈음에 학생들이 다 울었어요. 살아오면서 이렇게 행복한 건 처음이었다면서요. 필독서를 몇 권 읽어오게 했는데, 토론할 때마다 세계를 돌며 만난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여줬어요. 특별히 창의캠프를 위해 중국의 작가 차오원쉬엔을 만나고 와서 그 인터뷰를 아이들에게 보여줬어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질문이 쏟아졌어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변화하고 감동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디고라는 작은 단체가 공교육에 조그만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디고에서 하는 ''정세청세''도 중학교 새 교과서에 대표적인 토론프로그램으로 소개됐고, 올해는 8개 도시로 확장해서 진행할 예정이에요.

△김=비판만 할 줄 알았지 앞장 설 줄은 몰랐는데, 인디고의 꿈과 실천을 보고 부끄러웠어요. 당장 할 수 있는 건 해보자고 해서 백년어서원을 열었지요. 별 것 아니게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참 필요로 했던 공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들었어요. 그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동무론 강의 하시는 김영민 선생이나 상고사 공부하신 정형진 선생도 여기 오시는 시민들과 친해져서 그 분들 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세요. 그렇게 사람들과 교감하고 연대하는 장면들이 참 아름다워요. 자기 삶에 지극정성인 분들이 많구나, 하는 걸 배우기도 하고요.

△허=삶 자체가 주는 벅참은 책 40권을 읽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지요. 영국에서 만난 지그문트 바우만 선생님은 아시아에서 저희들이 찾아온다고 손수 음식을 준비하셨더라고요. 부인이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 계셨는데, 45분 동안 인터뷰를 하고 그러시더라고요. ''아내가 괜찮은지 다녀와도 될까요''. 여든이 넘은 노학자의 배려와 인간적인 품위에 감동했어요. 유언처럼 ''젊은 세대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이런 일을 해 나가라''고 당부하실 때 코끝이 찡했어요.

△김=인문학은 그렇게 본래적인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지요. 어찌보면 원도심에서 인문학 서원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부산을 회복해내는 창의이고 창조란 생각을 해요. 다른 도시에 없는 부산의 독특한 가치를 인문학 운동을 통해서 회복해 낼 수 있다고 믿어요.

△허=청소년의 열정적인 패기는 어른들의 지혜로 감싸면서 서로를 잘 섬기고 연대하는 태도가 인문학에서 중요한 가치죠. 어떤 방식이든 인디고와 백년어가 연대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디고서원 인천으로 이사 오다''란 기사를 봤는데, 인천에 인디고서원을 모델로 듀잉이란 인문학 도서관이 생겼다는 거예요. 변방에 있기 때문에 인문학을 하는 가치가 더 있다고 생각해요. 환경운동가인 인도의 반다나 시바를 만나 이런 말을 들었어요. 생각도 행동도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일 수 있다고요.

대담을 끝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백년어서원과 인디고서원은 섬처럼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꿈을 실천하고,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별자리라는 생각.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출처 : 부산일보]
라인-아래(477).jpg

첨부파일#1 : 백년어-로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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