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율 폭등으로 야기된 생산 대란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2차 쇼크가 들이닥치면서 해외 소싱에 비상이 결렸다. 작년 하반기에 올 봄 상품 생산 물량에 대해 달러당 1200~1300원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던 국내 패션 업체들은 최근 비정상적인 환율 상승으로 지난해와 같은 환차손을 떠안게 됐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환차손에 의한 수익 감소와 상품 공급의 차질을 겪었던 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이 진정되기도 전에 불어 닥친 환율 폭등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한 프로모션 업체 관계자는 “한국 생산업체가 밀집된 청도 지역에서만 40% 가까이 문을 닫았다”며 “임금 체불로 업체 대표가 야반도주를 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이 소싱에 비상이 걸리면서 자본과 인력에 여유가 있는 업체들은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기 위해 동남아시아로 생산처를 확대하거나 중국 내륙의 생산처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다. 인건비, 관세 등을 이유로 동남아시아를 찾고 있는 업체들은 품목별 비과세 지역과 지역별 생산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생산처를 찾아내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
김성진 이랜드월드 생산 부장은 “다행이 동남아시아 지역은 미주 오더가 50% 떨어진 상황이어서 한국 기업들이 들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방글라데시에서는 스웨터, 미얀마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을 생산하는 등 아이템별 특성과 비과세 품목에 따라 생산을 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인건비가 200달러라면 베트남은 100~130달러, 방글라데시 40~50달러, 미얀마 30달러 등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며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까지 다양한 지역으로 생산처를 넓혀가고 있으며 이와 함께 국내 생산과 북한 생산의 비중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내륙으로 공장을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내륙은 관리와 물류 등 여러 부문에서 불리한 요소가 많지만 현 공장을 고수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안성호 HMK어패럴 부장은 “통상 100㎞를 들어가면 0.1달러 정도가 절감된다”며 “내륙은 치안, 물류, 관리의 어려움이 있으나 동남아시아로 보내기에는 납기와 수량 맞추기가 쉽지 않은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다”고 말했다. 중소 규모의 패션 업체들은 소싱 원가 절감을 위해 시도했던 직소싱을 포기하고 프로모션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안성호 HMK 어패럴 부장은 “환율이 뛰면서 직소싱으로 인한 환차손을 경험한 업체들이 다시 프로모션을 찾고 있다”며 “환차손에 대한 불안과 위험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업체들은 납기가 빠른 국내 생산 업체를 찾아 급한 불을 끄고 있다.
국내 생산 프로모션 업체인 옷만드는사람들은 지난해에 비해 신규 거래 업체가 2.5배 늘어났다. 박근영 실장은 “2007년까지만 해도 국내 생산을 고려하지 않던 업체들이 작년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 신규 거래업체가 전년대비 2.5배 가량 늘어났다”며 “다이마루는 빠르면 4~5일 내로 완제품 출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납기가 급한 업체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해외 소싱 전문가는 “달러당 원화가 1600원이 넘어가면 국내 생산이나 중국 생산이나 차이가 없고, 지금 같은 상황이 1년정도 지속된다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한국업체는 찾기 힘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생산 단계를 줄이고 새로운 소싱처를 찾는 등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