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가 인도로 몰려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 불황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원자재 수출과 테크놀로지 발달로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목마르게 신규 매출처를 찾아온 패션계의 오아시스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궁극적으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을 꾀하는 패션 브랜드에게 이제 막 패션의 즐거움을 느끼지 시작한 인도 시장은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고 인지도를 구축하면서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합자 벤처로 시장 접근
본격적인 인도 내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이들은 주로 인도 시장 상황에 밝은 지역 사업자와 합자 벤처를 구성, 인도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단순히 인도 시장에 밝은 현지 업체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인도의 통상법이 해외 법인이 인도에서 자체 유통망을 통해 브랜드 사업을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인도에 브랜드 유통을 진행하려면 결국 현지업체와 합자 벤처를 구성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유통망 확장전을 펼치고 있는 「자라」가 외국 유명 브랜드의 인도 진입에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인도 업체 타타와 제휴, 합자 벤처를 구성한 것도 결국 매출 잠재력 높은 인도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 마련에 합자 벤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73개국에 매장을 갖고 있는 「자라」는 2주 만에 트렌디한 디자인부터 유통까지 모든 공정을 완성하는 발 빠른 몸놀림을 자랑하며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인도 시장과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어왔다.
인도 시장이 주로 유럽의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이 결전을 펼치는 양상을 보이고, 인도의 중/상류층 소비자들 또한 하이엔드 패션에 집착하는 양상을 보여 왔던 만큼 패스트 패션을 표방한 자라의 시장성을 자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럭셔리 제품 구매에 열심이었던 인도의 중산층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좀더 ‘현명한 소비’를 원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자라를 비롯한 패스트 패션 업체의 인도 공략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외국 업체의 직접적인 유통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까다로운 인도법과 경기 악화로 「DKNY」 「버버리」 「질샌더」 등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인도 시장 진출 시기가 늦춰진 반면 「자라」의 인도 진출은 스피디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가 타타 그룹 산하의 유통 전문 트렌트와 서둘러 합자 벤처를 구성하고 내년 중 뉴델리, 뭄바이 등지에 서둘러 매장 오픈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인도의 호의적인 시장 분위기를 발 빠르게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의 일환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인도 시장에 진출한 37개 글로벌 브랜드들의 부진한 매출실적을 볼 때 「자라」의 성공 여부는 하이엔드 중심으로 이뤄진 인도의 시장성에 새로운 방향 전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인도 시장
하지만 인도가 정말 유럽 패션계의 목을 축여줄 매출 오아시스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외국 브랜드의 인도 시장 접근을 진행해온 현지 합자 벤처 파트너들이 인도 시장에서 부진한 활약을 보이는 업체들과 계약 파기를 망설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인도 최대의 패션 하우스 마두르가먼츠, 아르빈드, 레이몬드 등을 소유하고 있는 퓨처 그룹은 프랑스 패션 브랜드 「에땅」이 인도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자 즉각 합자 벤처 계획을 철회하고 해외 브랜드 유통 사업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거두었다. 글로벌 시장 한파가 인도 어패럴 시장 침체를 가속시키고 있는 가운데 해외 브랜드와의 제휴가 악화되는 시장 상황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인도 시장에 진입하려는 글로벌 패션 업체들이 시장 구축에 투입되는 재정적 부담을 주로 인도 현지 합자 파트너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는 점도 인도 패션/유통 업체들이 해외 브랜드와 합자 벤처 구성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해외 브랜드들은 현지 업체와 합자 벤처를 구성하려 애쓰지만 정작 인도 시장에 밝은 현지 업체들은 매출 부진과 운영수익 악화를 빌미로 합자 제의를 튕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데님 브랜드 「가스」는 레이몬드와 합자 벤처 계약 연장에 실패한 후 다른 파트너를 찾지 못해 난처한 상황에 빠졌고 「휴고보스」 또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도 현지 업체와 합자 벤처 구성에 성공한 자라는 이미 인도 어패럴 시장에서 긍정적 접근력을 인정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와중에 「구찌」 「칼빈클라인」 「프렌치커넥션」 「지미추」 「보테가베네타」 「라뻬를라」 등 유명 브랜드의 인도 시장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는 BMIL(Brand marketing India:인도의 무르자니 가문의 패션 제국)이 최근 「지미추」와 「보테가베네타」의 라이선스를 포기하고, 론칭 예정이던 럭셔리 란제리 「라뻬를라」의 인도 라이선스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인도 럭셔리/하이엔드 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던 무르자니 가문이 인도 내 「구찌」 유통망 확보를 위해 투자한 비용이 600만 달러를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찌」가 유통 사업 포기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인도의 어패럴 시장이 위축되어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실제로 BMIL은 인도 내 구찌 매장을 인수할 업체를 찾기 위해 투자 은행과 접촉한 것으로 밝혀져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어깨를 처지게 만든다.
「토미힐피거」 인도 시장 안착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인도 시장에서 별 재미를 보고 있지 못한 반면 「토미힐피거」 「캘빈클라인진스」 등의 인도 시장 인지도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 프리미엄 라벨, 혹은 하이스트릿 라벨의 인도 시장 진출은 좀더 희망적이다.
2004년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최초로 인도 시장에 입성한 「토미힐피거」는 어패럴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에 힘입어 몸바이 홈텍스타일 업체 Creative Portico India와 라이선스를 체결, 홈텍스타일 및 퍼니싱 제품으로 인도 시장 부문 확대에 돌입한다. 올 2월 「토미힐피거」는 2006년 인도 기업 Welspun과 체결한 계약 연장에 실패했지만, Creative Portico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이하면서 비교적 인도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토미힐피거」 홈퍼니싱/텍스타일 제품은 델리, 뭄바이, 방갈로어 등 15개 도시의 멀티 브랜드 아울렛이나 숍인숍 매장 및 기존의 단독 쇼룸을 통해 Creative Portico India가 인도 소비자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제품을 선정, 지역성을 확보한 제품을 판매하게 된다.
게다가 Creative Portico India와의 3년 라이선스 계약에 자동 갱신 조약이 포함돼 있어 「토미힐피거」가 원할 경우 양측의 라이선스 계약은 최소 9년간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인도 현지 파트너 구하기에 고민 많은 여타 브랜드보다 「토미힐피거」는 보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이에따라 「토미힐피거」는 5500만 루피를 투자, 숍인숍 매장 구축 및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Bombay Dyeing, Portico, Welspun 등 로컬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인도 홈퍼니싱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패션계에 매혹적인 노다지 땅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비싼 임대 비용과 규제가 심한 사업 환경, 인도 소비자들의 높은 국내 브랜드 충성도 등을 감안할 때 세심한 분석과 시장 조사 없이는 예상치 못한 큰 출혈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 한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시장을 대체할 신규 시장 개척이 아쉬운 패션계에 잠재력 높은 인도 시장은 매력적인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안개처럼 갈수록 짙어지는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패션계, 인도가 그 답이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출처 : 패션인사이트-기사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