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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수 디자이너作. 김 디자이너는 다수의 미스코리아 한복과 영부인 한복을 세계무대에 선보였다. |
해외 패션쇼통해 ‘한복’ 알리기 주효…
정부도 ‘한스타일’ 브랜드 육성 앞장
기성복화 최대 과제… ‘저고리+청바지’ 등
다양한 실험으로 세계화 초석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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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희 디자이너作 |
1993년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씨가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참가했을 때 프랑스의 패션잡지는 한복을 ‘기모노 코레(한국의 기모노)’라고 불렀다. 중국의 치파오와 일본의 기모노, 베트남의 아오자이 등에 비해 한복의 지명도가 얼마나 낮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오늘날 ‘기모노 코레’는 이제 ‘한복’이라는 고유명사로 차츰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디자이너를 비롯한 한복디자이너들이 파리와 뉴욕 등지에서 꾸준히 패션쇼와 전시회를 열어가며 한복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는 이 디자이너 작품 16점이 전시돼 있고, 지난 2005년엔 파리 프레타포르테에서 ‘한복 특별전’이 열렸다. 2007년 멕시코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미스코리아 이하늬가 ‘어우동’풍의 한복을 선보여 선풍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디자이너 김혜순 씨가 지은 네 벌의 한복은 화려하면서도 경쾌한 감각을 뽐내며 세계 속 한복의 이미지를 다시 그렸다.
한복 패션쇼는 한복에 대한 내국인들의 인식도 바꿔놨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일반인 사이에서 한복은 한 가지 디자인으로 통했다. 투박한 실루엣의 치마와 저고리는 그 색깔을 달리할 뿐, 전체적인 디자인에서는 대동소이했다. 런웨이 위의 모델들이 수십 벌의 한복을 선보이고 나서야 사람들은 한복도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을 지닐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복이 한류 열풍과 디자이너들의 노력에 힘입어 부활의 기지개를 켜자, 정부에서도 갖가지 지원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2005년부터 한복을 우리말, 한지 등과 함께 ‘한스타일’이라는 고유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디자이너 육성과 패션쇼 개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복의 브랜드화가 곧 한복의 세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스타일’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한복이 외국인들을 상대로 수출됐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돌실나이’를 비롯한 생활한복이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그 대상이 한국 교포들인 터라 ‘한국의 세계화’라는 수식어를 쓰기 어렵다. 또 다른 한복 관계자 역시 “한국인들조차 평소 잘 입지 않는 한복을 어느 외국인이 스스로 사 입겠는가”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복의 세계화가 이렇듯 더딘 까닭은 대부분의 한복디자이너가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수공업 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주문을 받아 맞춤 제작을 하다 보니 한복이 기성복화되기 어렵다. 일부 한복디자이너가 한복의 세계화 방법으로 ‘샤넬과 같은 명품화’를 말하는 것도 실은 이런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수작업을 통해 성공을 거둔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에 비해, 한복이 세계인의 취향에 부합하는 ‘보편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복산업마케팅연구소의 박현주 소장은 “한복은 일반기성복과 믹스매칭해 입을 수 없어, 보편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희 등 다수의 디자이너가 한복에서 저고리를 생략하고 치마를 서양의 드레스처럼 개조해 보편성을 얻었지만, 역시 특수의상인 파티복에만 머물고 있다. 중국의 치파오, 일본의 기모노, 베트남의 아오자이 등이 이미 기성복화돼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한복의 세계화에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오히려 양장업계 쪽이다. 이상봉 홍미화 지춘희 진태옥 등의 디자이너는 양장에 한복의 모티브를 도입해 해외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 발표된 ‘2009 S/S컬렉션’에서도 마ㆍ모시 등의 소재와 전통적인 자수, 천연염색 방식이 자주 사용돼 한복과 양장의 접목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드러났다.
양장의 한복화, 한복의 양장화를 막론하고, 한복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복의 ‘기성복화’를 이루는 것이다. 저고리와 한복ㆍ조끼 등을 모두 갖춰 입는 정통한복 스타일에서 벗어나 각각의 단품이 따로 상품화돼 기성복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디자인을 응용한 제품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치파오가 변형된 중국식 셔츠에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듯, 한복 저고리를 응용한 상의에 스키니진이나 청바지를 함께 입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그 출발선은 결국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묻어나는 패션쇼 무대다. 이영희 디자이너의 말처럼 ‘분명 한복처럼 보이지만 한복은 아닌 옷. 그렇다고 한복이 아닌 것도 아닌 옷’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세계를 향한 한복의 기지개가 시작될 것이다.
“한복 패션쇼는 대중화 첫걸음”
디자이너 박술녀 인터뷰
지난 13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박술녀 디자이너의 ‘사랑나눔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톱스타들이 패션쇼에 대거 출연하기로 유명한 박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한복’을 대중화한 인물로 꼽힌다. 한복 패션쇼를 일부 한복전문가만의 이벤트가 아닌 대중적인 문화행사로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박 디자이너는 패션쇼에 앞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한복 패션쇼에 입장한 외국인들은 박수는 많이 보내도 결코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조차 입지 않는 한복을 외국인들이 선뜻 구입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한국인들에게 한복의 디자인과 우수성을 알리고 인정을 받아야 한복의 세계화를 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통한복 디자인을 고수하기로 유명한 박 디자이너이지만, 최근 그의 작품에선 한복의 세계화에 대한 고민이 뚝뚝 묻어난다. 이날 선보인 150여점의 작품 가운데엔 한복 저고리를 생략한 파티복과 저고리를 코트처럼 변형한 생활한복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박 디자이너는 “한국인들에게 한복이 일상복으로 애용될 수 있어야 한복산업에도 자금력이 생긴다. 그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과 세계화를 위한 인프라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곡선 실루엣이 풍부한 한복은 일상 속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다. 최근 파티복으로 종종 이용되고 있지만 디자인에 따라 출근복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흔히 한복 패션쇼가 디자이너의 개인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박 디자이너는 “패션쇼는 한복을 대중화하는 작업이다. 일부 디자이너의 패션쇼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한복 대중화에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기회 닿을 때마다 한복의 디자인 개량과 생활복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헤럴드 경제 - 기사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