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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가의 사당, 꽉 찬 침묵을 품었다.
기사입력 2018-01-25 오전 9:16:00 | 작성자 bfc |
조선 왕가의 사당,
꽉 찬 침묵을 품었다
종묘(宗廟)

빼곡한 도시에 ‘채워진 것’은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거칠 것 없는 여백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꽉 찬 침묵, 공간을 압도하는 절제미, 묵직한 역사로 가득한 조선 왕가의 사당 종묘는 조선시대에 조상을 얼마나 극진히 모셨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만물이 사그라지는 계절, 세상 소리마저 사라지게 만들 듯 고요한 종묘를 찾았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비일상적 공간

소리를 낮추게 된다. 걸음을 늦추게 된다. 영혼을 위한 공간, 종묘에서는. 삶을 영위하던 궁궐과는 대비되는 개념. 조선왕조를 대표할 만한 세계유산 종묘는 역대 왕과 왕후의 신위를 모시고 제를 올리던 국가 최고의 사당이다. 과연 죽음을 이토록 신성하게 받들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들어서는 순간 공간 구성 하나하나가 압도적이다. 화려하거나 짓누르는 법 하나 없이 아주 차분하게 말을 거는데, 안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바깥세상과는 자연스럽게 경계가 지어진다. 이곳이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라는 것을 까맣게 잊게 될 정도다.
1395년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종묘의 시작점이다. 조선의 태조가 한양을 새 나라의 도읍으로 정한 후 짓기 시작해 경복궁보다 먼저 완공을 했는데, ‘궁궐 왼쪽인 동쪽에 종묘를, 오른쪽인 서쪽에 사직단을 두어야 한다’는 고대 중국의 도성 계획 원칙에 따른 것. 이후 왕조가 이어져 봉안해야할 신위가 늘어남에 따라 건물규모가 점점 커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 사이 임진왜란 때 잿더미가 되기도, 선조 41년에 중건을 시작해 헌종 때까지 증축을 거듭했으니 수백 년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셈이다.

단순하기에 더욱 집중되는 건축물들

왕이나 왕비가 승하하면 궁궐에서 삼년상을 치렀다. 그후에 신주를 종묘로 옮겼는데, 정전에는 공덕이 뛰어난 임금을, 영녕전에는 태조의 4대조와 죽은 뒤 왕으로 추존되었거나 정전에서 신주를 옮겨온 임금을 모셨다. 이들 정전과 영녕전 건물은 하나같이 아주 담백하다. 좁고 긴 평면 형태로, 장식과 기교를 걷어낸 단순함 속에서 삶과 죽음의 깊은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신실 19칸에 태조를 비롯한 왕과 왕비의 신위 49위가 모셔져 있는 정전은 무려 109m의 일자 건물 양쪽 끝에 월랑이 있는 디귿(ㄷ)자 형태. 종묘가 창건된 지 15년 후인 태종때 이러한 모습을 갖춤으로써 사당으로서의 경건함을 한층 높였다. 또한 왕위의 영속을 기원하는 듯 반복되는 둥근 열주, 무한함을 상징하는 듯 수평으로 펼쳐진 지붕도 특징적이다.
정전의 앞마당을 뜻하는 월대는 왕의 권위처럼 높은 돌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선왕들만을 위해 한가운데에 신로가 한 줄로 나있다. 신로란 쉽게 말해 신, 즉 조상의 혼령이 걷는 길로 당시 그 누구보다 우위에 있던 왕의 존재가 종묘에서만큼은 둘째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종묘 외대문을 지나면 널따란 길 한가운데 높낮이가 다른 세 단의 돌길이 별도로 나있는데 돌길 오른쪽은 왕이 걷는 어로, 왼쪽은 세자가 걷는 세자로, 가장 높은 가운데가 선왕을 위해 항상 비워두는 신로다.

과거 종묘제례는 국가의 가장 큰 제사였다.
매년 정전에서 총 5번, 영녕전에서 2번 열렸는데, 왕이 직접 주관할 만큼 중요한 행사였다.
당시 제례 때 사용된 식기만 3천여 개로 규모 역시 어마어마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상에 대한 경외를 느낄 수 있는 걸음걸음

‘왕실의 조상과 자손이 함께 길이 평안하라’는 뜻을 담은 영녕전 신실 16칸에는 신위 34위를 모시고 있다. 영친왕이 마지막으로 모셔졌으며 연산군과 광해군은 들어오지 못했다. 일종의 별묘로 정전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 하지만 흐트러짐 없는 기운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이 외에도 종묘에는 제사 예물을 보관하고 제관들의 대기 장소로 사용되던 향대청, 임금이 하루 전날부터 머물던 재궁, 임금이 제례 준비를 하던 어재실, 음식 준비가 이루어지던 전사청 등이 있다. 또한 망묘루 앞에는 둥근 섬이 떠 있는 사각형의 연못이 있는데 여기서 ‘하늘은 둥글고 당은 평평하다’고 믿던 선조들의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대부분의 궁궐 연못에 소나무가 심겨진 것과 달리 향나무가 우뚝 선 것도 눈여겨볼만한다.

수백 년을 오롯이 지켜온 제례와 제례악

종묘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건축물과 더불어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온전히 전승된 제례와 제례악의 본 모습을 실현하는 유일한 곳이라는 점이다. 과거 종묘제례는 국가의 가장 큰 제사였다. 매년 정전에서 총 5번, 영녕전에서 2번 열렸는데, 왕이 직접 주관할 만큼 중요한 행사였다. 당시 제례 때 사용된 식기만 3천여 개로 규모 역시 어마어마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종묘제례 의식 때 쓰인 음악, 노래, 춤을 통칭하는 종합예술이 종묘제례악이다. 총 15가지 악기가 사용되는데 그 중 2/3를 차지하는 타악기가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중심 선율을 이끄는 것이 특징. 제례 의식에 쓰이는 음악인만큼 느리고 진지한 분위기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 역시 2001년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가 됐으며, 지금은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국제문화행사로 봉행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채워져 있기에 종묘는 그냥 휘휘 둘러보아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터. 매주 토요일과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정해진 시간에 문화해설사의 안내와 함께 관람이 이루어지니 역사의 숨결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참여해 보기를. 아는 만큼, 관심을 두는 만큼 발견하게 될 테니.

함께 즐길 거리
걸어서 종묘 주변 한 바퀴
광장시장 음식골목
1광장시장 음식골목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가 입구부터 진동하는 광장시장의 대표 골목으로 작은 음식점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다. 대표 메뉴는 빈대떡, 마약김밥, 육회. 전통시장답게 저렴한 가격과 후한 인심으로 든든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 음식골목은 예외지만 광장시장은 일요일이 휴무니 참고하자.
문의: 광장시장 02-2267-0291

익선동 한옥마을
2익선동 한옥마을

1920년대 서민들을 위해 지어진 도시형 한옥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늘어선 골목. 정감 어린 ‘ㄱ·ㄷ·ㅁ자’ 한옥에 현대적 인테리어 감각이 더해진 카페, 레스토랑, 문화공간이 속속 들어섰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이색적인 공간을 보는 즐거움이 꽤 크다.
위치: 종로3가역 근처

운현궁
3운현궁

고종이 즉위하기 전까지 살았단 잠저이자 흥선대원군의 정치활동 근거지로서 유서가 깊은 곳이다. 가족들의 잔치나 큰 행사 때 주로 이용하던 노락당, 대원군이 사랑채로 사용하던 노안당, 전형적인 한식 기와집으로 섬세한 추녀 끝이 아름다운 노안당 등이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위치: 종로구 삼일대로 464 문의: 02-766-9090

아라리오 뮤지엄
4아라리오 뮤지엄

고 김수근 건축가의 대표작이자 그의 사무실로 사용된 건물을 뮤지엄으로 재탄생시킨 공간. 원래의 공간을 그대로 보존한 채 국내외 작가들의 현대미술 작품이 자연스럽게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뮤지엄과 이어진 곳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함께 있어 느긋하게 문화를 즐기기 좋다.
위치: 서울 종로구 율곡로 83 문의: 02-736-5700

창경궁
5창경궁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 우리나라 전통의 원림이 조성되어 있는 궁궐. 조선시대 왕궁 중 유일하게 동향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창경궁 가장 깊숙한 곳에는 철골과 목조로 구조를 짜고 유리를 끼워 넣은 대온실도 있다. 1909년 지어진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위치: 종로구 창경궁로 185 문의: 02-762-4868

* 자료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첨부파일#1 : 2018-01-25 09;16;2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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