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계 시즌을 겨냥한 이번 13 S/S 서울 컬렉션에서는 유난히도 모던하고 미니멀한 기류가 감돌았다. 미니멀리즘이라는 테마가 각광받기 시작한지는 오래지만 이번 시즌 미니멀리즘은 한층 진화했다.
ZARA를 비롯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국내 내수시장에 성공하고 이러한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더구나 상품회전력이 일주일인 만큼 빠른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 SPA 브랜드의 특징이라고 하나 워낙 많은 소비로 인해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똑 같은 상품을 입은 상대를 맞닥뜨리는 일이 빈번해지자 늘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는 소비자들은 패스트패션에서 슬로우패션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트렌드에 얽메이기보다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지속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모를 시도했다.
이번 시즌 서울컬렉션 디자이너들은 미니멀리즘이라는 공통분모안에서 미래지향적, 레트로적, 팝아트적인 요소 등과 결합해 새로운 진보적인 디자인을 창조해냈다.
10월 26일 금요일 자이갤러리에서 디자이너 임선옥의 브랜드 PartspARTs 컬렉션이 펼쳐졌다.
미니멀하고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임선옥 디자이너가 이번에 풀어낸 테마는 ''물고기여인''이었다. 디자이너의 브랜드 로고가 런웨이 중앙에서 강렬한 빛을 받으며 쇼의 시작을 알렸다. 느린 템포의 워킹을 선보인 모델들은 특히 런웨이 중앙에서 멈쳐 핀조명을 수직으로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임선옥 디자이너는 옷의 시접을 과감히 버리고 접착방식으로 재구성해 옷의 모던함, 클린함, 가벼움을 극대화시켰다. 옷과 섬유에 과학을 접목했다는 재평가를 받고있다. 브랜드 측은 "늘 돌고 도는 유행이 아닌 지속되는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쇼는 브랜드만의 고유성을 부각시키는 컨셉츄얼함과 웨어러블함을 동시에 살렸다. 박진감과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요새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음악, 킬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주제를 부각시키고 디테일과 컬러감을 살려 바이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물고기여인''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옷감이 연결되는 부분을 지느러미처럼 세워 붙인 디테일은 100% 접착형태로 만들어졌기에 가능했다. 물고기의 갈퀴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핸드백 등 액세서리에서도 재미있게 표현됐다. 모델들은 비닐 소재로 된 챙 넓은 모자, 다리 뒤쪽이 물고기 비늘처럼 살짝 들려 올라간 독특한 레깅스 등 위트있는 소품들을 걸치고 헤엄치듯 천천히 런웨이를 거닐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마이클잭슨의 ‘Heal the world’ 배경음악과 함께 모델들이 화이트 원피스의 피날레 의상을 입고 파츠파츠의 대표 아이템인 스캐너백을 들고 등장했다. 모델들이 입고 등장한 피날레 원피스는 디테일을 최소화시켜 의상보다는 가방에 시선을 멈추게 했다. 스캐너백이야말로 탄생이래 지금까지 기본적인 틀과 제작방식이 유지돼 오고있어 디자인의 지속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의 의도와 잘 맞아떨어졌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가사와 같이 진보된 디자인이 세상을 윤택하게 만들고 패션산업의 가치를 성장시키길 기대해본다.
양 끝이 올라간 선글라스를 쓴 디자이너를 쏙 빼닮은 브랜드 캐릭터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하얀벽에 임선옥 디자이너의 캐릭터와 함께 브랜드 로고인 파츠파츠가 조명을 받으며 환하게 빛났다. 쇼 당일 꽃다발을 받은 디자이너는 피날레 무대 인사후 등판에 파츠파츠 로고가 박힌 흰 셔츠를 보여주며 유쾌하게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