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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은 죽었다. 하지만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을 하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도 죽었다. 그러나지금은 존 갈리아노가 디자인을 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디자이너 브랜드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이너 브랜드도 신예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맡아서 더욱 발전시킨 경우가 많다. 브랜드를 처음 만든 디자이너의 감각을 기본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은 브랜드의 장수전략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다. 디자이너 브랜드뿐만 아니다. 제품을 디자인하는 브랜드 역시 역사와 고유 이미지,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히스토리는 시간이 흘러야 생기고, 고유 이미지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가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다듬고 더해진 형태가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가면서 고유 이미지는 자리를 잡는다.
한 세대에 걸쳐서 보인 컬렉션은 다음 세대에 새로운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새로운 대중에게 전통적이면서 감각적인 스타일로 다시 탄생한다. 루이비통을 비싼 값에 사는 이유는 비싼 화보 때문만은 아니다. 대중은 루이비통의 히스토리를 사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패션의 기본이 되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1960년대 태동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는 70~80대 전성기를 맞았지만 이후 계속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패션을 얘기하면 디자이너를 떠올리듯, 한국 소비자의 머리에서 디자이너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한국 소비자가 외국 브랜드를 선호해서라기보다는 한국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소비자 트렌드를 못 따라간 부분을 무시할 수가 없다. 이는 디자이너의 역량부족이다. 한 사람의 능력에만 의존하는 한국식 방법은 대표 디자이너의 능력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뛰어난 능력의 디자이너들은 아직도 건재하며 많은 소비자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대표 디자이너가 손을 뗀 후에 누가 그 브랜드를 이끌 것인가? 지금 잘나가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후계 작업을 하고 있을까? 이제 얼마 후면 대부분의 원년 디자이너들은 펜을 놓게 될 것이다. 또 대표 디자이너가 나이를 먹으면서 같이 늙어버린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새로 만들어서 도전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오랜 기간 계속돼 온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감각이 세계적이지 않더라도 한국적인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세월은 필요하다. 오랜 기간 다져온 브랜드 이미지가 이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새로운 디자이너가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통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능력 있는 신인을 내세워 도전해 보면 어떨까? 고집불통들이 소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보다 경험과 새로움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에 더 매력을 느끼지 않나?
심상보(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출처 : tin뉴스-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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