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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디자인은 기본 스타일링까지 완벽한 쇼 연출
기사입력 2010-03-29 오후 3:37:00 | 작성자 부산패션센터 |

31913_1_679.jpg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번뜩이는 아이디어, 현란한 색, 참신한 형태. 이 정도만 갖춰도 합격선은 넘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람들이 디자인에 감동을 받을까. 시각적 충격만으로 뭔가 부족하다. 3단계까지 잘 올라왔다. 이제 4단계를 볼 차례다.

완벽한 스타일링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시각적 충격만 주는 디자이너도 부지기수고, 시각적 충격조차 주지 못하는 디자이너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있는 디자이너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 컬렉션을 하는 디자이너만 해도 수백명이며 그 중 기억에 남는 디자이너는 열 손가락, 많아봐야 발가락까지 동원할 정도일까.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패션 디자인의 세계에서 알렉산더 맥퀸은 어떻게 자신의 독보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패션 디자인이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토털 코디네이션, 즉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스타일링 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입는 옷이기 때문이다. 패션 디자이너라고 옷만 디자인 하는 것이 절대 아니란 것이다.
한 때 우리나라 패션계에서 스타일리스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패션쇼에서도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의 협업의 중요성에 대한 주제가 대두된 적이 있다. 어떤 분야가 발전해 가면 그에 따른 분야도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디자이너라면 처음부터 토탈 코디네이션을 생각하며 디자인했을 것이다.

맥퀸의 패션쇼를 보면 그 부분에 있어 굉장한 경지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스타일링을 흔히 말하는 웨어러블한 옷에서 색을 맞추고 원하는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한 범위로만 한정짓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한계를 제한하는 것이다. 제작비용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전체를 볼 줄 아는 안목의 부재나 안일한 태도가 더 문제이다.

반면에 맥퀸은 정말로 자신의 환상세계를 만드는 도구로써 충실히 구두나 모자 같은 액세서리를 활용하고 있다. 마치 사슴이나 말의 굽과 같은 형상, 또는 발레리나의 발처럼 발끝으로 서있는 듯 보이는 이 구두로 그는 다시 한 번 그의 세계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잘 보면 앞굽과 뒷굽이 엄청나게 높은 신발에 발등 부분을 볼록하게 세운 형태이다. 30센티미터에 육박한다는 이 구두는 영상으로 패션쇼를 볼 때 비현실적인 매력이 배가된다. 워낙 높은 구두라 모델들이 걷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이 때문에 워킹속도가 확연히 느려지고 이로 인해 더욱 이 세계의 것 같지 않은 묘한 느낌이 풍기게 된다.

발끝만이 아니다. 장식 없이 머리에 붙여 딴 헤어스타일도 그의 세계가 깨지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따서 단단히 위로 올린 머리는 마치 스테고사우루스의 등에 솟은 골판이나 악어의 딱딱한 등가죽 같은 기묘한 느낌을 주면서 옷의 무늬와의 어울림을 극대화 시킨다.

머리 장식을 더해 그 효과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0910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그는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머리장식으로 이용했는데 패션쇼의 무대 배경과 어우러져 더욱 완벽한 이미지가 완성됐다. 제작비를 많이 들인다고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음료수를 다 마시고 난 캔과 비닐봉지를 씌워 만든 머리장식을 보라.

모델이 워킹하는 사진만 봤을 때는 도대체 왜 그가 이렇게 다양한 머리 장식을 사용했는지,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올이 풀린 새장에 쓰레기 봉투, 자동차 바퀴의 녹다 만 휠, 전등갓까지. 그 모델들이 어떤 배경에서 워킹을 하는지 사진을 보고 나서야 퍼즐이 맞춰졌다. 그는 마치 폐품장에 사는 미치광이지만 왠지 멋진 귀족부인같은 이미지를 창조해 낸 것이다. 이렇듯 그의 세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모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게다가 사람의 옷을 벗어나 무대 배경까지 활용하여 완벽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디자이너의 능력이며 관객을 위한 최선의 배려인 것이다. 맥퀸은 스타일링까지 완벽한 쇼를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 가보자. 어떤 디자이너라도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은 다음에야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컬렉션을 마치고 난 뒤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이번 시즌 컬렉션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고 어쩌고 하는 말이 꼭 들어간다. 그 영감의 원천은 예술작품, 사회적 이슈, 개인적인 경혐, 경이로운 자연, 때론 다른 디자이너의 옷일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영감은 그 디자이너의 밑바탕에 깔린 그가 자라온 사회의 문화와 전통, 철학이 버무려지면서 그의 개성이 된다. 감동을 주는 디자인의 5단계는 이렇게 역사에 맞닿아 있다.

영국의 전통성
쇼킹한 패션쇼로 눈길을 끄는 디자이너는 많다. 물론 시각적 충격을 주는 것도 디자이너가 해야 될 의무기도 하다. 그러나 쇼가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화려한 컬렉션도 역사의 한 조각 일 뿐이다. 수많은 옷이 새로 디자인되고 만들어져도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는 생성됐다가 소멸되는 아주 작은 티끌일 뿐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티끌이 축적되면서 큰 줄기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한 국가의 정체성의 줄기가 되기도 하고 트렌드의 가지가 되기도 하며 복식 변화의 가지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자신이 그러한 역사의 강물에 흘러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 거대한 역사 속에는 자신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영감의 소재를 찾아 낼 때 가장 자연스럽게 자신의 세계와 버무려져 개성이 만들어진다.

왼쪽의 의상은 영국 특유의 장미무늬와 귀족의 성을 장식했을 것 같은 커텐의 태슬 장식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오른쪽 의상은 중세의 기사들이 입었을 법한 갑옷을 드레스 디자인에 사용하여 인상적이고 기묘한 맥퀸의 의상 세계를 완성하는데 일조했다. 모두 영국의 전통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디자인이다.

물론 전통을 자연스럽게 현대 의상에 녹여낸 맥퀸의 재능도 뛰어나다. 아무리 좋은 전통문화가 남아있어도 활용할 줄 모르는 여느 디자이너들은 반성해야 한다.

이렇게 좋은 이미지로 시작해 색, 옷의 형태, 전체적인 스타일링에서 전통 활용에 이르기까지 감동적인 패션쇼의 조건을 알아봤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원칙을 알면서도 감동을 주지 못하는데 비하면 알렉산더 맥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신은 그리도 빨리 그를 데려가셨나 보다. 그렇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감동을 주는 그의 쇼를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현실이 애통하기만 하다.

자료출처 : 패션인사이트(주)

첨부파일#1 : 29153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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