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패션계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태풍의 눈’은 무엇일까? 한국패션협회(회장 원대연)가 발표한 ‘2009 패션산업 10대 뉴스’에 따르면 불황 속 패션업계 생존전략 강화, 복합쇼핑몰, 아웃도어와 클래식, 복고풍 스타일 유행 등이 올해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1. 불황 속에 물량축소·베이직에 주력
2008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금융위기로 인한 지난 상반기 환율상승은 유가 및 원부자재 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수입브랜드는 물론 내셔널브랜드까지 원가 상승의 압박에 시달리게 했다. 쌈지, 톰보이 등 국산 장수 브랜드의 매각이 업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를 실감케 했다. 올해 런칭한 신규브랜드의 숫자는 상반기 46개, 하반기 30개로 역대 최저인 총 76개. 불황을 맞이한 패션업계는 신규브랜드 론칭보다는 라인확장 및 플래그쉽 스토어를 전개해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각 브랜드들은 물량을 축소하고 베이직한 아이템에 주력하는 등 생존을 위해 자생력을 강화하며 전력투구 했는데, 하반기 이후에는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패션업계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유니클로, 자라, 망고, 갭 등 일명 ‘패스트 패션’으로 불리우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전국의 가두상권을 점령했다.
내년 초에는 H&M이 국내에 입성할 예정이어서 국내 패션업계의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는 디자이너 질 샌더와의 콜라보레이션 라인인 ‘+J ’로 명동, 강남, 압구정 단 3개점에서 하루 매출 6억5천만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45개 매장에서 1800억원 매출을 예상하는 유니클로는 국내 캐주얼 업계 최고 강자로 등극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에 맞서 지난 11월 이랜드가 토종 SPA ‘스파오’를 런칭하면서 유니클로에 도전한다. 스파오는 유니클로보다 20~30% 낮은 가격에, 높은 퀄리티, 최대 규모의 매장(2875m²)에 복합문화공간을 구성했다.
한편 명동은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각축전이 벌어져, 불황에도 끄떡없는 소비력을 입증시키며 한국 대표 상권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3. 복합쇼핑몰 르네상스, 몰링(Malling)의 확산
연면적 29만㎡로 지난 3월 개점한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에 이어, 9월 영등포 경방 타임스퀘어가 연면적 37만㎡ 규모로 오픈, 본격적인 초대형 복합쇼핑몰의 시대를 열었다.
이와 함께 단순히 쇼핑뿐 아니라 영화·놀이·외식 등 다양한 문화, 엔터테인먼트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몰링(Malling)’이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정착했다. 특히, 가족을 위한 시간소비형 공간으로 복합쇼핑몰이 떠올라 단기간에 몰링 문화가 비약적으로 확산,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 롯데타운과 봉무LSC를 비롯해 내년 일산 레이킨스몰, 2011년 송도 리버스톤, 김포 스카이파크, 신도림 디큐브시티 등 오픈 예정인 종합쇼핑몰의 숫자는 전국 20여 개에 달해, 바야흐로 복합쇼핑몰 전성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4. 국내 패션 시장 주도한 대기업 4사
총 26조 7천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패션시장에서 자본력과 네트워크 기반이 탄탄한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이랜드, SK네트웍스 등 패션대기업의 점유율이 전체의 16.87%를 차지해 패션 산업을 장악하는 추세를 보였다.
제일모직의 빈폴은 20주년을 맞아 4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캐주얼 최장수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합리적인 명품 브랜드 토리버치를 도입하고 중장년 여성의 럭셔리 콘셉트 시장을 개척한 르베이지를 런칭해 두각을 보였다.
LG패션은 이자벨 마랑과 바네사브루노를 인수하는 한편, 라푸마 국내상표권 인수, 인터스포츠 전개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코오롱은 FnC코오롱과 코오롱을 합병한 ‘코오롱FnC부문’, 캠브리지와 코오롱패션을 합병한 ‘캠브리지코오롱’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코오롱스포츠 컬처스테이션과 대형셀렉트샵 ‘시리즈 코너’의 오픈도 주목할 만하다.
올 한해 중국에서 매출 1조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이랜드는 하반기에 한국형 SPA 브랜드 스파오를 런칭해 글로벌 SPA 브랜드에 도전장을 던져 주목받았다.
이들 대기업은 80년대 사업성장을 주도한 남성복 사업을 바탕으로 여성복, 아동복, 아웃도어, 패션 잡화, 수입 컨템퍼러리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복종을 불문한 브랜드 출시와 공격적인 M&A, 해외브랜드 도입 등 적극적인 투자를 도모했다.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의 고조로 인해 캠핑과 여행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 올 아웃도어 시장규모가 2조원을 넘어서며 등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노스페이스는 업계 최초로 4천억원을 돌파하며 선두를 이끌었으며, 코오롱스포츠 역시 3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3천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아웃도어 시장에는 초경량 열풍과 친환경 제품, 캠핑 용품이 대거 등장했다. 초경량 친환경 제품들이 올 상반기 폭발적인 매출을 보인 뒤, 겨울 시즌에는 경량 다운패딩의 유행으로 이어졌다.
캠핑 인구의 증가로 젊은 층 중심의 캐주얼라인이 확대된 한편, 하반기에는 문화와 쇼핑이 공존하는 라이프스타일 스토어가 오픈해 눈길을 끌었다.
골드윈코리아가 수유동에 ‘노스페이스’ 아웃도어 문화센터, 코오롱이 강남에 ‘코오롱스포츠’ 컬쳐스테이션, 케이투코리아가 1800평 규모의 초대형 메가샵 C&F ‘케이투’를 각각 오픈했다.
2010년에는 제일모직이 아웃도어 브랜드 런칭을 예정하고 있어 아웃도어 시장의 경쟁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6. 불황 모르는 스포츠 멀티숍 고속 성장
카테고리킬러라고도 불리는 스포츠멀티숍들이 고속성장, 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주요 상권을 석권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경기침체로 하락 중인 가두점 매출을 감안하면, 국내 도입 10년 만에 6천억 원 규모로 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 선두 ‘ABC마트’는 올해 매출 1600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슈마커’도 800억원의 매출을 전망, 이 같은 멀티숍 성황에 편승해 내년 초 LG패션이 ‘인터스포츠’를 전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스포츠멀티숍의 인기요인으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브랜드, 상품, 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비하려는 원스톱 쇼핑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10~20대 초반 고객들이 가두 상권 주도함에 따라 스포츠, 영캐주얼이 상권의 중심으로 이동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고 전했다.
아이돌에 열광하는 십대를 타겟으로한 아이돌 패션상품은 불황에도 거침없이 매출 고공 행진을 보여, 2009년 스트리트패션은 ‘아이돌룩(idol look)’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걸그룹 열풍의 영향으로 소녀시대의 컬러풀 스키니진과 마린룩, 2NE1의 형광색 레깅스 패션이 큰 인기를 끌었다. 남성의 경우 하이탑슈즈, 후드티 등 빅뱅 스타일이 강세를 보였다.
이렇듯 아이돌에 열광하는 영쇼퍼가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각되면서 여러 브랜드에서는 아이돌그룹을 협찬하거나 광고에 내세우는 등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브랜드인지도 및 매출 상승을 꾀하고 있다.
또한, 주요백화점에서는 이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영존(Young Zone)강화 및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8. 적은 예산으로 패셔너블하게! ‘리세셔니스타’
한국패션협회가 2009년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한 것은 영국 일간지 타임즈가 작년 초 마케팅 용어로 언급한 ‘리세셔니스타(recessionista).’
리세셔니스타란 경기침체(recession)와 패셔니스타(fashionista)가 합성된 신조어로 합리적인 예산으로 유행에 떨어지지 않게 자신을 치장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 리세셔니스타는 최신 트렌드 상품을 품질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유통하는 것이 특징.
선호하는 브랜드는 유니클로, 자라, 포에버21 등 글로벌 SPA 브랜드이며, 경기 불황을 오히려 고품질·고가 아이템을 저렴하게 구입할 ‘현명한 소비의 호기’로 활용한다. 주요 브랜드에서 실시하는 ‘패밀리세일’에서 50~90% 할인가에 이월상품을 구매하는 등 정보력과 소비전략으로 주목받았다.
9. 정부,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 가동
지식경제부는 패션산업의 지식기반화 추진계획으로 ‘2009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선정된 기업은 리테일형(평안섬유·한섬·에이션패션·더휴컴퍼니·보끄레·위비스·예신피제이·동광인터내셔널·MK트렌드) 9개 업체, 홀세일형(아이올리), 디자이너형(솔리드), 라이센스형(신원) 등 각 1개 업체씩으로 총 12개 브랜드.
지식경제부는 선정된 12개 글로벌 리딩 브랜드의 개별 업체의 역량을 평가해 글로벌화 전략수립과 진출 희망지역 시장성 평가 등에 컨설팅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리딩브랜드의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 구축은 물론, 패션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0. 클래식, 복고풍 스타일 유행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무난하면서도 질리지 않게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스타일이 패션의 주류로 급부상했다. 블랙 컬러와 트래디셔널한 체크패턴이 유행했으며 전통적인 소재와 클래식한 무드의 댄디룩이 유행했다.
경기호황을 누렸던 1980년대로의 회귀하고자 하는 욕구였을까. 1980년대 특유의 화려함과 스트리트 감성을 담은 복고 트렌드가 대유행했으며, ‘파워숄더’라 불리는 어깨 각 살려주는 재킷과 레오파드 프린트가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