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매출처를 찾는 어패럴 업체들의 관심을 끌었던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글로벌 불황의 파고아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식증을 강요하는 말라깽이 모델에 대한 논쟁이 사회적 이슈로 번져가면서 힘을 얻었던 플러스 사이즈 시장- 하지만 최근 미국 어패럴 동향을 보면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구매를 유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불황으로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이 긴축 소비를 펼친 것이 일차적 원인이지만, 타이트한 재정 운영을 집행하는 어패럴 업체들 또한 상대적으로 소비층이 한정된 플러스 사이즈 시장 투자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불황으로 플러스 사이즈 시장 더욱 위축
실제로 지난 5월 30일 기준, 12개월 동안 美 여성 어패럴 비즈니스는 -5% 하락한 반면 플러스 사이즈 여성 시장은 -1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일반 시장보다 플러스 시장이 경기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NPD 조사 자료).
이 같은 결과는 미국 여성들의 절반 이상이 실질적으로 플러스 사이즈 임에도 어패럴 업체들은 플러스 사이즈 시장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지 않으며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즉 불황일수록 어패럴 업체들은 더욱 브랜드 이미지에 집착하게 되고 일시적 매출 상승을 위해 플러스 사이즈를 받아들이는 것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물론 일부 전문가 및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는 ‘플러스 사이즈’ 허용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에 대해 ‘편견’이라고 반박하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플러스 사이즈‘는 자신과 별개의 것으로 생각, 동일 매장에서 플러스 사이즈를 판매하는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이를 반영하듯 올드네이비, 바나나리퍼블릭, 앤테일러드 등의 어패럴 업체들은 일반 사이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플러스 사이즈는 온라인에서만 구매가 가능하게 만들어놓았고 H&M 시장은 잠깐 실험하던 플러스 사이즈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땠다.
플러스 사이즈 창구를 온라인으로만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은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단히 구입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플러스 사이즈 일수록 더 직접 입어보고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플러스 사이즈 고객들의 목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는 듯하다.
이 같은 플러스 사이즈 시장 배척 움직임은 지난 몇 년간 어패럴 업계에서 플러스 사이즈 시장을 인정하고, 수긍하기 시작한 것과 반대되는 것으로서 글로벌 불황이 간신히 물꼬를 텄던 플러스 사이즈 시장을 다시 밀어내고 있는데 일조한다.
즉,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관심을 끌었던 지난 몇 년은 유례없는 글로벌 증시 활황으로 플러스 사이즈 시장의 매출폭이 크게 기대되었기 때문이고, 글로벌 불황으로 굳이 추가 예산집행 및 제작이 필요한 플러스 사이즈 시장을 무리하게 끌어안을 필요가 없다는 것.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로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지만 미국 어패럴 업체들은 플러스 사이즈 시장 자체가 유동적이고 한정적이어서 굳이 부담을 않고 뛰어들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몸무게와 사회적 지위의 아이러니컬한 관계
미국의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불황에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다소 불편한 현실을 반영한다. 즉 비만한 사람의 대다수가 날씬한 사람들보다 수입이 낮은 직종에 종사하는 경향이 높아 불황 대처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플러스 사이즈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
스탠포드대학 교수가 동일한 경력/교육수준/성별을 만족시키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비만한 근로자들과 일반 사이즈 근로자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비만한 여성의 경우 날씬한 여성과의 임금차가 시간당 2달러 64센트나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비만한 여성 소비자가 불황의 파고를 더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꽤나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 또한 상대적으로 수입도 낮고, 쇼핑의 선택폭조차 좁은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은 불황에 쉽게 움추려 들 수밖에 없어,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일반 시장보다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진단한다. 이 같은 냉정한 분석은 가뜩이나 우울한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플러스 사이즈 시장은 어찌 보면 경제학보다 심리/사회학적 분석이 더 필요한 시장인 듯도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플러스 사이즈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업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이스트리트 업체 Forever 21은 플러스 사이즈 라인 Faith 21을 론칭, 비만한 여성들을 끌어안았고 Lane Bryant는 올 9월 꾸튀르풍 플러스 사이즈 라인, Collection by Lane Bryant를 통해 좀더 ‘갖춰진’ 플러스 사이즈 의상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플러스 사이즈를 취급하고 있는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 관계자는 글로벌 불황이 플러스 사이즈 시장뿐 아니라 일반 어패럴 시장과 어패럴 시장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시장 위축이 플러스 사이즈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백화점 레벨 리테일러로 보기 드물게 플러스 사이즈를 취급하고 있는 블루밍데일은 실제로 플러스 사이즈 브랜드를 좀 더 추가, 보다 좋은 서비스와 더 나은 머천다이징을 원하는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즉, 왠지 모르게 위축되었던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이 보다 당당하게 서비스와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 또한 Macy''s나 JC Penny 등도 패셔너블한 플러스 사이즈 고객을 위한 매장 및 머천다이징, 서비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플러스 사이즈 고객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는 모양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늘 어딘지 모르게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왔던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에게는 호의적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
하지만 블루밍데일스가 플러스 사이즈 고객에 우호적인 것은 표면적인 제스처일뿐 실제로는 플러스 사이즈 매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흥미롭다. 조사에 의하면 블루밍데일스 뉴욕 플래그십 매장에서 플러스 사이즈 매장의 플로어 점유율이 대폭 축소되었고, 입점한 플러스 사이즈 라인의 수도 더 적어졌다는 것.
이에 대해 블루밍데일스는 플러스 사이즈 매장의 위치가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사이즈 소비자와 같은 매장으로 이동했을 뿐 매장 축소는 아니며, 플러스 사이즈 반입량이 적은 것은 재고량 관리를 위한 것일 뿐 차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JC Penny 어패럴 관계자 또한 지난 몇 년간 플러스 사이즈 사업이 확장되어 왔다고 밝히면서 Unity, Nicole by Nicole Miller 등을 중심으로 플러스 라인을 추가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플러스 사이즈 브랜드가 실질적으로 매출 신장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플러스 사이즈 시장은 끌어안아야 하지만 여전히 부담이 작용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다시 말해 플러스 사이즈 시장은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를 차별하지 않는 업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지만, 정작 플러스 사이즈 브랜드가 매출과 리테일러 이미지 구축에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현실이 공존하는 뜨거운 감자인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플러스 사이즈 시장을 바라보는 리테일러들의 입장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은 여전히 눈치를 보며 쇼핑을 해야 하는 안쓰러운 상황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글로벌 불황이 진정한 럭셔리 고객과 어중간한 럭셔리 고객을 확연히 구분시켰듯 불안한 경제 상황이 美 어패럴 업계가 선호하는 타깃 폭을 더욱 좁혀 놓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속에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불황을 사는 미국 어패럴 업계의 냉정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보는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출처 : 패션산업을 보는 눈, 패션인사이트(http://www.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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